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통합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웨이브’가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 NBC유니버설(NBCU)과 손잡고 웨이브 콘텐츠를 미국, 유럽 등 NBCU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단숨에 해외 판로를 뚫게 된 웨이브는 “넷플릭스 대항마가 되겠다”던 목표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 다만 거대 기업 아래에서 종속적 관계에 그치지 않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해외에서의 실질적 수익 증대와 콘텐츠 투자 확대, 차별화된 콘텐츠를 이용한 협상력 강화 등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콘텐츠 최대 15편 미국ㆍ영국 안방으로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는 NBCU와 웨이브 오리지널(자체제작) 콘텐츠 수출을 골자로 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NBCU는 연 매출 40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TV 시리즈 ‘디 오피스’와 영화 ‘슈렉’, ‘미니언즈’ 등을 제작한 곳이다. 미국 지상파 방송 NBC와 영국 스카이(Sky)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3년간 매년 최대 5개씩 NBCU에 공급한다. NBCU는 지역 선호도를 고려해 작품을 선택한 뒤 자사 방송 채널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NBCU는 이달 중 자체 OTT ‘피콕’을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어서 웨이브 작품은 피콕에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해외서 콘텐츠 가치ㆍ능력 인정 받아야”
웨이브에선 NBCU와의 동맹으로 ‘시장 확대’ 활로를 열었다는 부문에 기대가 크다. 시장이 넓어지면 수익도 커지고 얻게 된 수익으로 재투자를 진행, 고품질의 콘텐츠까지 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청사진에서다. 웨이브는 올해 총 600억원을 투자해 전 세계 트렌드를 반영하는 콘텐츠 제작에 나설 방침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으려면 일단 유통권을 쥐고 있는 NBCU와의 합리적인 수익 배분, 웨이브의 콘텐츠 제작 능력 등이 전제돼야 한다. 그 동안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해외 판로를 열어준다고 제작사들을 유혹하지만 수익의 90%를 가져가 오히려 국내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는 비판이 우세했다. 웨이브가 지난해 100억원을 투자해 제작한 ‘녹두전’은 제작능력을 시험대로 올린 첫 작품인데, ‘퓨전사극’으로서의 장르 차별점은 부각됐지만 웨이브 가입자를 확대할 만큼의 ‘킬러 콘텐츠’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남았다.
OTT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와 NBCU간 계약이 넷플릭스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일단 웨이브가 해외에서도 콘텐츠 가치를 인정받는 성적을 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OTT 경쟁 결국 ‘쩐의 전쟁’으로
최근 OTT 시장은 결국 ‘자본’과 ‘콘텐츠’로 서비스 명운이 엇갈리고 있다. 애플,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의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라지는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이미 동남아에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콘텐츠 품질이 낮은 ‘드라마피버’, ‘훅’ 등의 OTT가 각각 2018년 10월과 올 3월 서비스를 철수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판권 확보 등을 통해 콘텐츠를 강화해야 생존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자본력이 탄탄한 기업을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이런 측면에서 NBCU와의 파트너십 체결이 웨이브 입장에선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OTT는 ‘빅 머니 게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어 연합하지 못하면 동남아 서비스들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에서는 디즈니, 넷플릭스, 워너미디어와 함께 NBCU의 피콕이 4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돼 파트너십이 웨이브가 사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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