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가계소득 대비 150% 규모를 넘어선 탓에 향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경우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계부채는 통상 가계소비 여력을 늘리는 효과를 내지만, 부채가 임계점을 넘어서 되레 소비 충격을 걱정할 상황이 됐다는 진단이다.
12일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저량(stock)의 시대 도래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로 민간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약해지는 ‘저량’의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저량의 시대는 가계부채 규모가 과도해 가계가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고, 설사 신규 대출이 이뤄진다 해도 부채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단계를 말한다.
보통 가계부채가 늘면 가계 소비여력도 함께 늘어 소비가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부채 규모가 과도하게 커진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가계부채+판매신용) 비율은 국제기구가 경고하는 임계수준인 80%가 넘는다.
가계소득과 비교하면 부채 수준은 더 심각하다. 가계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018년 149.2%로 지난해 150%를 뛰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연구위원은 “2014년 이전에는 가계신용 증가율이 높아지는 시기에 민간소비 증가율도 높아졌지만 (2014년)이후부터는 이 같은 관계가 약해졌다”며 “소비에 대한 가계부채 규모의 부정적인 효과가 커져 가계신용이 증가해도 이전만큼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후 아파트 가격의 거품이 꺼지고 가계부채 조정까지 동반되면 가계소비는 크게 부진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990년대 들어 부동산 거품 붕괴가 발생한 일본을 그 예로 들었다. 가계부채 사례는 아니지만 일본은 부동산 거품 붕괴 후 기업부채가 조정을 겪으면서 설비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제가 장기간 부진에 빠졌다.
윤 연구위원은 “일본이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당시 위기에 대응한 것처럼 우리도 가계부채 조정이 시작되면 최근 경기 부진으로 높아지고 있는 재정 의존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와 경기 진작을 위한 통화정책 효과가 떨어져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정부 소비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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