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기간산업 위기]
“5월 항공사 대부분 파산” 전망… 獨 무한대 금융 지원, 美 보조금 지급
해외 주요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자국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앞다퉈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항공이나 정유 기계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대해선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유동성 공급과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부양책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쓰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규모 항공산업 지원책이다. 현재 대다수 나라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명목으로 봉쇄ㆍ이동제한령을 시행해 항공업계는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 세계 최대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는 최근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5월까지 대부분의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가 유발한 글로벌 항공업계 피해규모를 2,520억달러(약 306조7,000억원)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서명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안’도 항공업계 살리기에 상당한 예산을 배정했다. ‘항공산업 긴급 지원 법안’이란 이름으로 항공사와 화물운송업체에 보조금 320억달러(약 39조4,000억원)를 직접 지급하고, 290억달러를 정부가 보증해 빌려주기로 했다. 항공ㆍ운송 관련 세제와 항공유에 부과하는 세금을 내년 1월까지 전액 면제하는 방안 역시 법안에 포함됐다. .
다른 국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국적기 루프트한자에 아예 무한대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부펀드(테마섹)를 통해 105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주식ㆍ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싱가포르항공에 28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대출해주기로 했다. 항공사 임금보조금 3억달러도 따로 지급한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항공산업에 공을 들여왔던 중국은 항공사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노선별 보조금과 민강항공개발기금 납부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대만은 항공산업에 1억5,900만달러(약 1,940억원), 항공사에 10억달러(1조1,220억원)어치 무이자 대출 방침을 발표했다.
항공 외 기간산업 보호도 속도를 내는 추세다. 미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공장 셧다운과 부품공급 차질에 시달리는 자동차 업계를 돕는다는 구실로 전임 정부에서 도입한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코로나19 사태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줄여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역시 친환경차 보조금 및 등록세 면제 종료 시점을 2022년까지 2년 연장키로 했다. 또 미국과 스페인은 철강업을 필수업종으로 지정해 전국에 내린 휴업령과 이동제한령에도 최소한의 조업이 가능하게끔 문을 열어뒀다.
주요국은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재정지출도 일찌감치 대폭 늘려놨다. 독일 정부는 4,000억유로(530조원) 규모로 기업에 은행대출 보증을 제공하고, 1,000억유로를 별도로 조성해 대기업 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프랑스도 같은 목적으로 3,000억유로(398조원)를 투입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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