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반복적으로 근로 계약이 갱신됐다면 억대 연봉을 받아 기간제 노동자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일방적으로 해고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이상훈)는 울산시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울산시는 2005년 울산시립예술단 산하 합창단 부지휘자로 위촉한 A씨를 위촉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2년 단위로 반복 위촉하다가, 2018년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고 통보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A씨에 대한 계약 만료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울산시는 이를 뒤집으려고 행정소송을 냈다.
울산시는 “A씨가 연봉 1억원이 넘는 상위 근로소득자이기에 법상 계약 갱신권을 기대할 수 있는 기간제 노동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근로 계약 갱신 기대권은 앞으로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 상태에서 주어지는 법률상 이익이다.
울산시는 “또 A씨와의 계약에 계약갱신에 관한 내용이 없으며, A씨가 불성실하게 근무해 합창단의 발전과 수준 높은 예술 공연 문화를 제공하고자 갱신을 거절한 것이므로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근로소득 상위 25%인 A씨가 기간제 노동자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울산시 주장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그럼에도 A씨에게 재위촉 기대권은 인정된다고 봤다. A씨가 13년간 7회에 걸쳐 매번 부지휘자로 재위촉됐고, 관련 규정에 따르면 근무 평정 결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지휘자로 재위촉될 수 있어서다.
재판부는 “울산시는 규정에 따라 A씨에 대해 근무 평정을 하거나 평정 결과에 따른 조치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단원 일부나 전임 지휘자가 A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을 고려하면 A씨의 역량 및 근무태도가 나빴다는 울산시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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