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분쟁지역] 반군엔 주고 쿠르드엔 빈손… WHO, 시리아 코로나 지원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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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반군엔 주고 쿠르드엔 빈손… WHO, 시리아 코로나 지원 ‘이중잣대’

입력
2020.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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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정부만 상대한다는 입장 깨고

북서부 ‘구원정부’에 마스크ㆍ진단키트 보내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에는 지원 전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의 한 소년이 지난달 28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소년의 뒤편에서는 마스크 제작이 한창이다. 이들립=AF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밤 시리아 북동부 하사케 지방 구이란 감옥에 수감중이던 이슬람국가(IS) 포로들이 ‘인권 존중’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탈옥까지 감행했다. 관련 보도와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IS 수감자들은 감방 벽을 파 구멍을 냈고, 그 구멍을 통해 방 밖으로 나온 뒤 감옥 문을 부수며 탈옥을 시도했다. 구이란 감옥에는 낮은 수위로 IS에 가담했던 3,000~5,000명의 IS 외국전사들이 수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해 동안 ‘대(對) IS 퇴치 작전’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시리아민주군(SDF)은 지난해 3월 23일 IS가 마지막 영토인 바쿠즈를 상실한 후에도 ‘IS 옥중 폭동’, ‘IS 탈옥’ 그리고 무엇보다 ‘IS 점조직’의 암살과 테러 등에 맞선 IS 소탕작전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등 세계 전역에서 무섭게 확산되자 북동부 자치지역의 모든 부처들이 ‘감염병 전선’으로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로자바 정보센터(RIC)’에 따르면 IS에 연루된 이들의 본국 송환도 무기한 연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IS와 SDF 양측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해 보인다. RIC가 5일 발표한 ‘시리아 북동부의 코로나19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IS 점조직의 3월 한 달 공격 횟수는 총 48건으로 전달인 2월에 비해 9% 감소했다. SDF쪽 대응도 감소했는데 IS 점조직 체포율은 무려 97%나 떨어졌다. RIC는 “SDF와 IS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관심이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5일 발생한 IS 수감자들의 탈옥 시도 역시 코로나19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로빈 플레밍 RIC 연구원은 기자와의 메신저 교신을 통해 탈옥의 배경이 될 만한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코로나19 관련한 루머가 돌았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터키와 터키 지원 시리아 반군의 반복적인 송수관 공격으로 하사케 지역이 물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쌓인 불만이 표출됐을 가능성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터키 당국이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 물까지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로빈 연구원은 “IS 수감시설 안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면서 “확진은 커녕 누구도 진단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12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의 도움으로 PCR(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기 두 대가 도착하기 전에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코로나19 진단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터키 인권단체 IHH 자원봉사자들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난민캠프를 찾아와 난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WHO는 쿠르드족 자치정부 지역에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 알자지라주(州) 보건국장 라페린 하산은 7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자치지역에도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 있지만 진단키트가 없고 코로나19 대응 인력이나 시설도 전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닷새 전 한 어린이와 아이 엄마 등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보이는 주민 4명을 (북동부 지역이지만) 정부가 통치하는 지역 내 병원으로 데려가 그 곳에서 ‘WHO 시리아’의 도움으로 검사를 하고 샘플을 다마스쿠스로 가져갔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산 국장은 “WHO가 공인된 정부하고만 협력을 하다 보니 (정부 통치 밖에 있는) 우리 지역에는 어떠한 지원도 없다”면서 “WHO에 반복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지원을 호소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WHO 시리아 사무소는 14일 “인큐베이터, 인공 호흡기, 의료진 개인보호장비(PPE)등 20톤에 달하는 의료 물자를 (쿠르드 자치지역) 카미슐리에 보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물자들도 정부 운영병원으로만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WHO 시리아 사무소에 이에 관해 메일로 문의했으나 16일 현재 답을 얻지 못했다. 사무소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북동부 자치정부격인 ‘시리아 북동부 자치행정부(AANES)’ 통치 영토에는 약 4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60만명이 피난민이고 텐트 등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거처에 거주하는 이들도 20만명이다. 이 중 6만5,000명은 IS 가족들과 아이들이 머무는 알홀 캠프에 산다. 세계의 여느 난민캠프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이 지역에서 만일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하산 국장의 말마따나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게다가 북동부 지역병원 시설도 11개 중 9개가 지난해 터키의 침공으로 훼손돼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엔 보건기구인 WHO가 공인된 정부를 주요 소통창구로 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시리아의 경우는 그마저도 ‘이중 잣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전쟁이 10년째로 접어든 시리아에는 사실상 세 개의 정부가 존재한다. 우선 다마스쿠스를 수도로 하는 아사드 정부가 있다.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시리아 정부는 아사드 정부뿐이다. 두 번째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에 계보를 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운영하는 이들립을 중심으로 한 북서 반군 통치지역의 ‘구원정부’다. 마지막으로 북동부 쿠르드 주류지역에 자치정부 AANES가 있다. 아사드 정부를 제외하면 모두 ‘비공식’ 정부다.

그런데 WHO는 지난달 25일 구원정부가 통치중인 이들립에 코로나19 진단키트 300개를 시작으로 장갑(1만개), 의료가운(1,200벌), 마스크(1만5,000개)등 관련 물품과 의료진들을 위한 개인보호장비(PPE)등을 21개 의료시설에 지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립은 3월 말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이는 북동부 지역에 대한 늑장 지원과 그마저도 쿠르드 자치지역을 건너뛴 방식과 대비 이중 잣대 논란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산 국장은 이 대목에서 “혼란스럽다”고 했다.

시리아 전역으로는 15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총 33명이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모두 아사드 정부 통치지역의 사례다. 런던정경대(LSE) 분쟁리서치 프로그램 연구소가 3월 25일자로 발표한 보고서 ‘코로나19 팬더믹: 시리아의 대응과 의료능력’을 보면 시리아는 최대 6,500명의 코로나19 환자에 대응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5%가 위중한 환자 비율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시리아에 위중한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인공호흡기가 갖춰진 집중치료병상’이 325개라는 사실을 토대로 추산한 수치다. 보고서는 “6,500이라는 수치를 초과하면 의료붕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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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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