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전야 미사 집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 전야인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에 굴복하지 말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진행된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활절 전야 미사에는 통상 1만명 가까이 참석해왔지만 이날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집전을 돕는 복사 몇 명과 작은 규모의 합창단 등 2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미사는 모두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느끼는 공포를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다음날 제자들이 겪었던 두려움에 비유했다. 교황은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고통의 드라마, 예상치 못한 비극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며 “죽음이 그들의 마음을 짓눌렀고, 모든 것을 다시 세워야 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우리가 그렇듯 제자들에게도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공포에 굴복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를 원격으로 지켜볼 전 세계 신도들을 격려하면서 “작은 돌봄의 몸짓과 사랑의 기도로 희망의 씨앗을 뿌려달라”고 말했다. 또 무기 거래와 전쟁을 중단하고 낙태와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을 그만두자고 촉구하며 “모든 기독교인들은 죽음의 시대에 삶의 전령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는 카톨릭으로 개종하는 새 신자들이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날은 코로나19 여파로 이 순서가 생략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 당일인 12일에도 신도 참석 없이 부활 미사를 집전하고, 미사 후 강복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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