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주거가 없고 위생 환경을 준수하기 어려운 노숙자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MSC 사우스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직원 2명과 노숙자 68명 등 총 70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브리드 시장은 “감염자들을 호텔 객실로 옮겨 격리시키고 있고, 한 사람은 상태가 심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MSC 사우스는 3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샌프란시스코 최대 노숙자 쉼터다. 이번 발병은 미국 노숙자 쉼터에서 보고된 집단감염 사례 중 최대 규모다. NYT는 이미 다수의 노숙자가 감염됐을 것이란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랜드 콜팩스 샌프란시스코시 공중보건과장은 “우리는 항상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빨리 퍼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노숙인은 처음부터 우려의 영역이었고, 대응 초기부터 우선순위에 있는 인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지적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노숙자 격리를 위해 마련한 호텔 방은 8,000여개인데, 샌프란시스코 노숙자 인구만 8,011명, 캘리포니아는 10만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 당국자의 해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노숙자의 경우 위생이나 이동 제한 등을 준수하기가 어려워 감염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샌프란시스코시는 쉼터 침대 수를 늘리고 노숙자들의 이동을 제한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