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 협박 취재 의혹 놓고
일부 언론사간 이전투구 안타까워
언론계 공동의 자성과 노력 절실
MBC 뉴스데스크는 1일 채널A 기자가 모 검사장과의 통화내용을 들려주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 측 인사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캡처

“언론 때리기가 국민스포츠가 된 듯하다.” 얼마 전 동년배 기자가 한 말이다. 언론도 잘못이 있을 땐 비판을 받아 마땅하나, 사사건건 “모든 게 언론 탓”이라는 식의 집단 매도는 지나치다는 얘기였다. 책상머리에 물러앉은 나와 달리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그로서는 자괴감이 더 클 수밖에 없을 터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만, 특히나 복잡다단한 의제와 사건을 다루는 언론에 대한 비판을 놓고 어느 한 쪽이 100대 0으로 옳거나 그르다고 단언할 수 없다. 가뜩이나 신뢰가 바닥인데 낡은 취재보도 관행을 벗지 못하는 언론도, 강준만 교수의 일갈처럼 진영논리에 휩쓸려 내 속을 후련하게 해 줄 ‘해장국 언론’을 바라는 뉴스 소비자도 문제다. 그렇다고 양비론으로 퉁치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언론 생태계를 위해 제 몫의 허물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아 변화를 꾀해야 할 더 큰 책임은 언론에 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독자 개개인은 쉽게 뉴스를 버릴 수 있지만, 언론은 독자 없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첫발을 떼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언론의 정체성, 이를 뒷받침하는 직업적 규범을 굳건히 세우는 일 말이다. 선언적 규정이 아니라, 취재하고 기사 쓰고 독자와 소통하는 매 순간 언제든 꺼내 대입해 볼 수 있는 단단한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낡고 흐물흐물해진 관행과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실수로 인한 오보든, 의도된 조작이든 드러난 잘못을 기자 개인의 일탈이나 개별 언론사의 실패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사회학자 허버트 갠즈가 ‘저널리즘, 민주주의에 약인가 독인가’에서 지적했듯 “저널리즘 활동의 결함은 대부분 뉴스 미디어 조직의 구조적 성격과 관련돼” 있고, “상당수 결함들은 거의 모든 매체에서 발견되는 보편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계 현실은 그런 기대조차 민망할 정도로 처참하다. 무엇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언론의 역할을 정립하고 낡고 병든 관행을 타파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MBC가 폭로한 채널A 기자의 ‘협박성 취재’ 논란을 보자.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기자의 취재 행태도 충격적이지만 소속사의 대응, 일부 언론사들 간 이전투구도 몹시 실망스럽다.

채널A는 문제가 불거진 직후 대표이사가 주축이 돼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기자의 보고라인에 있는 보도본부장 등 내부 인사들로만 조사위원회를 꾸려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니나다를까,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연 의견청취 자리에서 채널A측은 해당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만 인정하고 “보도본부 간부들은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목전의 재승인 심사를 의식해 기자 개인의 일탈로 서둘러 봉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안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의 협박취재 개입 의혹까지 얽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급기야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언론사들 간 다툼으로 번졌다. 의혹의 핵심은 제쳐둔 채 MBC에 자료를 건넨 제보자의 범죄전과나 숨은 의도를 캐내기 바쁜 조선일보도 문제지만, 이에 맞서 2년 전 보도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딸의 운전기사 상대 폭언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MBC 기자의 으름장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쯤 되면 진흙탕 싸움 아닌가.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윤리를 별도의 장으로 다루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윤리는 저널리즘의 모든 요소에, 기자가 내리는 모든 중요한 결정에 엮여있는 가치다. 그리고 때때로 윤리를 눈앞의 일과 멀리 떨어진 주제로 생각하는 기자들보다 오히려 시민이 더 날카롭게 느낄 때가 많다.” 자기성찰의 규율이어야 할 취재보도윤리를 상대 공격용 무기쯤으로 여기는 언론에 미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현실을 직시하자. 제발!

이희정 미디어전략실장 ja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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