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분석 마무리… “고대 한국인 중앙亞 활동 근거 자료 보존 계기 마련”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 역사ㆍ문화 유적지 사마르칸트에 있는 아프로시압 박물관. 이곳에 소장된 고대 궁전 벽화에는 고구려 사신이 등장한다. 7세기 바르후만왕 즉위식에 참석한 티베트, 당나라 등 다른 나라 사절단과 함께다. 지난해 4월 중앙아시아 순방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벽화를 보러 아프로시압 박물관을 찾기도 했다.
아프로시압 벽화는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중요한 사료다. 고대 한국인이 중국을 넘어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진출해 활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순방 당시 문화재청이 우즈베키스탄 문화부ㆍ과학아카데미와 문화유산 분야 상호협력 강화 협약을 맺은 것도 큰 부분 이 벽화 보존을 위한 공조가 필요해서였다.
문화재청은 서둘렀다. 같은 해 9월 온ㆍ습도와 조명 상태, 조도, 보호 시설 등 벽화의 보존ㆍ관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지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석 달 뒤 벽화 파편 11점을 국내로 들여와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맡겼다. 벽화를 더 면밀히 분석해보기 위해서였다.
연구소는 약 석 달을 분석에 매달렸다. 전자현미경 분석과 X선 형광분석ㆍ회절분석, 열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분석 기법이 동원됐다. 10일 문화재청은 그 결과 벽화 제작 기법과 채색 안료의 성분, 광물 조성, 과거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새로 밝혀진 점은 △벽화 시료 모든 바탕에 석고가 사용됐고 △청색 안료의 경우 청금석, 적색 안료에는 주토가 각각 쓰였으며 △주로 먹을 사용한 우리나라 전통 기법과 달리 납을 함유한 광물성 안료가 흑색을 채색하는 데 활용됐다는 사실 등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흑색 안료 간 차이 파악이 향후 중앙아시아와 한반도 간 벽화 제작 기술과 안료의 유통 경로 등 확인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현대 들어 보존 관리가 시도된 정황도 드러났다. 연구소 측은 “열분석 결과 벽화 표면 물질이 아크릴 계열 수지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구소련 시절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 사이 합성수지 재료를 사용해 채색층 표면을 보존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벽화 분석은 고대 중앙아시아 채색 안료의 재료적 특성 등 기초자료를 확보해 현지 벽화 보존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게 문화재청 평가다. 상세 분석 결과는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등 3개국어 책자로 제작, 앞으로 양국 간 심화 연구에 활용하고 벽화 보존을 위한 교육 자료로도 쓸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벽화 보존처리 설명서를 제작하고 국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사마르칸트 박물관과 보존처리실 개선, 보존처리 전문가 기술 연수 등 우즈베키스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실질 지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