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도쿄도를 포함한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발령한 뒤 쏟아진 평가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결과 ‘때늦은 결정’이란 응답이 무려 70%에 달했다. 도쿄만 해도 긴급사태 선포 당일 80명으로 하루 최고치였던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만에 2배 이상(181명)으로 폭증하면서 ‘제2의 뉴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비상사태 선포는 시기와 과정 모두 지지부진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비상사태 선포를) 2월부터 제안했지만 아베 총리는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하루 전인 6일 ‘선포 방침’을 미리 언급한 것을 두고 ‘도쿄 탈출’ 시간을 벌어줬다는 다는 지적도 많다. 아베 총리는 9일에서야 언론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귀향 자제를 호소했다.
아베 정부가 도쿄올림픽과 경제 여파만 신경 쓰다가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한탄이 적지 않다. 아베 총리는 최근 “(진단 규모를) 하루 2만건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3,000건 미만이다. 후생노동성 장관 출신의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도쿄도지사는 10일 “(정부) 움직임이 둔했다”며 “실제 감염자는 공식 발표의 10배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센 비판에도 “내가 책임진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7일)고 선을 그었던 아베 총리는 이날 “정치적 판단의 책임은 내게 있다”며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싸늘해진 민심을 달래기는 어려워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는 당내 도전조차 없는 ‘최장수 총리’지만 권력의 정점에 선 사람보다는 코로나 사태의 포로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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