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추가로 2조3,000억달러(약 2,800조원)를 풀기로 했다. 중소기업 대상 대출과 함께 투기등급 회사채(일명 ‘정크 본드’)까지 매입 가능 채권에 포함시켰다. 연준이 돈풀기의 주요 수단인 채권 매입에서 범위를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확대한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로 신용등급 강등된 ‘폴른 엔젤’까지 지원

연준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기존에 운영 중이던 회사채 담보대출 특수목적법인(SPV)에서 매입할 수 있는 채권에 최근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BB+ 이하)으로 떨어진 기업의 채권도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이른바 ‘폴른 엔젤(Fallen Angelㆍ타락 천사)’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유명 자동차기업 포드와 대형백화점 체인 메이시스, 석유생산기업 옥시덴털처럼 규모가 큰 기업들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나빠지면서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회사채 시장의 불안을 유발했다. 투자등급인 BBB와 투기등급인 BB 사이 채권 금리 격차는 3월 들어 2.9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연준은 투자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빠져도 대출 지원이 가능한 경계선을 3월 22일로 잡았다. 22일까지는 투자등급을 유지한 포드와 메이시스는 혜택을 보지만 20일에 투기등급으로 이미 떨어진 옥시덴털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투기등급 채권 시장 전반의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는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보유자산 연내 10조달러까지 늘 것”

연준은 동시에 금융상황이 안정적인 중소기업과 지방정부 등을 대상으로도 담보대출 프로그램을 신설, 연준이 운영하는 단기 대출 프로그램의 총 규모를 2조달러 이상 늘렸다. 사실상 경제 전 부문을 대상으로 긴급대출 지원에 나선 셈이다.

긴급대출 프로그램은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만기 상환이 보장돼야 한다. 또 미국 재무부가 제시한 신용보증금에 기반을 두고 있어, 기업이 상환에 실패하고 손실을 보게 될 경우에는 정부 자금이 투입돼 손실을 메운다.

지난달 미 의회에서 통과된 ‘코로나19 긴급재정법’은 재무부가 연준에 제공할 수 있는 보증금으로 4,54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론적으로는 연준이 재무부가 보증하는 1달러당 10달러씩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 프로그램의 총 규모는 4조5,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심지어 이는 연준이 국채와 주택저당채권(MBS) 등을 매입하면서 진행하는 ‘무제한 양적완화’와는 별도다. 3월 말 기준으로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5조8,000억달러(약 7,046조원)에 이른다. 한 달 사이에 약 1조5,000억달러가 불어났다. 연준의 대출 프로그램 운용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 투자운용사 블랙록은 8일 연준의 자산이 올해 안에 10조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지원은 수요에 맞출 것”이라며 “법률이 허용하는 한 무제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전액 상환이 가능한 담보대출”이라면서, 일부 기관은 대출이 아니라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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