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녀온 승무원→남편인 칵테일바 사장→종업원→손님→친구 감염
해외발 감염 지역 사회 전파 단적으로 보여줘
50일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 확진자가 20명대로 줄었지만, 수도권은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이날 0시 기준(질병관리본부) 전국 신규 확진자 27명 중 15명이 서울ㆍ경기 등에서 나왔다. 해외 입국자를 통한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역의 끈을 더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해외발 지역사회 확산 사례로 서초구 서래마을 L 칵테일바의 감염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감염 경로가 광범위한 탓이다.
이 칵테일바를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의 배우자와 동작구에 사는 20대 남성 칵테일바 직원이 다음 날인 8일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 손님도 확진을 받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반포동 거주 20대 남성은 지난 4일 이 칵테일바를 찾았고, 사흘 뒤인 7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과 접촉한 그의 수원 친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시기를 보면 칵테일바 사장과 손님이 먼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나 방역당국은 감염의 시작을 사장의 아내로 보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인 사장의 아내가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0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미국 방문력이 있는 부인을 시작으로 그의 남편인 칵테일바 사장, 종업원, 수험생 그리고 수험생의 친구 순으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발 유입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전파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칵테일바발 감염 확산의 불씨가 아직 남았다는 점이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인 칵테일바 손님은 확진 판정 하루 전인 지난 6일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학원에서 4시간 동안 수업을 들었다. 칵테일바 종업원은 확진 전인 1~3일 그리고 6~7일에 이수역 인근 PC방을 찾았다. 2~3차 감염의 우려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이에 칵테일바 대응반(27명)을 꾸려 서초구와 동작구에 배치했다. 나 국장은 “확진자 5명의 접촉자는 297명으로 이들 중 16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나머지 접촉자에 대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에선 59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같은 날 0시 대비 7명 늘어난 것으로, 이 중 해외 접촉 관련 환자는 4명으로 조사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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