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9년 12월, PSA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DS’의 또 다른 존재인 DS 3 크로스백이 국내 시장에 데뷔했다.
DS 3 크로스백은 DS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DS 7 크로스백에 이어 데뷔한 컴팩트 크로스오버 모델이자, 시트로엥 DS 3의 이름과 디자인 요소를 잇는 모델로 작은 차체에 DS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의 가치, 그리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에센스를 담아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페이퍼 스펙, 그리고 숫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DS의 아방가르드, 그리고 프렌치 드라이빙의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DS 3 크로스백의 키를 손에 쥐었다. 과연 DS 3 크로스백은 ‘팔기 힘든’ 소형 프리미엄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제시할까?

DS 3 크로스백은 국내에서 쉽게 ‘어필하기 힘든’ 프리미엄 B-세그먼트에 포함된 차량이다. 실제 4,120mm에 불과한 짧은 전장과 각각 1,770mm와 1,550mm에 불과한 전폭과 전고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체격은 기아의 스토닉과 유사한 수준이다. 여기에 2,560mm의 휠베이스와 1,295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한국에서 만난 파리의 찬란함
다이아몬드의 디테일, 그리고 독특하면서도 명료히 시야를 밝히는 헤드라트의 구성은 어딘가 현대 그랜저와의 유사하게 보이지만 DS 고유의 감성이 명확하다. 프랑스의 명품, 그리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명품들의 그것을 보는 듯한 DS 3 크로스백의 외형은 그 자체로도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특히 DS 고유의 ‘DS 윙’과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의 디테일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크로스오버의 감성을 강조하는 바디킷의 조합 역시 인상적이다. 여기에 보닛 라인과 함께 자리한 세로로 긴 엠블럼 역시 독특하고 이채로운 모습이다.

에펠탑의 조명을 표현하기 위해 1년 동안 고민하고 연구했다는 외장 컬러는 크로스오버의 감성을 살리는 클래딩 가드와 검은색 루프와 명확한 대비를 이뤄냈으며, 도어 패널 안쪽으로 자리를 잡은 도어 캐치의 디테일도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네 바퀴에 적용된 섬세한 스타일의 알로이 휠은 그리고 이전 DS 3의 감성을 살린 ‘샤크핀’ B 필러, 그리고 도어 패널 하단에 DS 고유의 감성을 연출된 ‘인테리어 패키지’ 배지가 프렌치 프리미엄의 독특함과 이해할 수 없을 ‘아방가르드’를 표현하는 것 같다.

DS의 에센스를 담아 낸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듯한 후면 디자인은 DS 7 크로스백과 유사성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대담하게 연출된 바디킷의 조형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 같다. 여기에 화려하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역시 이목을 끌 수 밖에 없는 존재일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파리의 감성을 담아낸 공간
파리를 대표하는 박물관이자 전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으로 평가 받는 루브르 박물관은 투명한 피라미드가 독특한 상징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리볼리 패키지가 적용된 DS 3 크로스백은 바로 그 디테일을 대시보드에 새기고 색상의 대비를 통해 더욱 화려하고 세련된 감성을 연출한다.
오페라 패키지 특유의 대담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도 큰 매력으로 느껴지지만 더욱 섬세하고 세련된 감성을 드러내는 리볼리의 구성도 인상적이다. 다이아몬드의 디테일을 더한 센터페시아와 화려한 메탈 피니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센터 터널의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이 다소 작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다이아몬드’의 감성을 살린 계기판에 비해 ‘DS’의 감성이 다소 약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패널의 해상도나 하드웨어의 성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의 시스템이 더해진 만큼 활용성 부분에서는 충분하다. 여기에 포칼 사운드 시스템 역시 파리의 프리미엄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차량의 체격이 작은 만큼 실내 공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 그리고 시트 높이와 텔레스코픽의 조절 거리를 충분히 마련한 덕에 체격이 큰 탑승자라도 만족스러운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할 수 있다. 여기에 패브릭과 나파 가죽을 절묘히 조합하는 PSA 고유의 시트가 주는 만족감도 충분한 어필 포인트가 된다. 게다가 마사지 기능이 더해졌으니 그 부분 역시 빠지지 않는 매력 포인트 일 것이다.
1열 공간을 넓게 활용한다면 자연스럽게 2열 공간이 좁아진다. 1열 시트의 형태를 많이 다듬었지만 레그룸의 절대적인 공간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다만 시트의 디테일이나 질감, 그리고 다양하게 배치된 스피커, 제법 넉넉한 헤드룸은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작은 차량이지만 크로스오버의 형태를 갖고 있는 만큼 실용성은 충분히 챙긴 모습이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350L의 적재 공간이 마련된다. 여기에 분할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를 접었을 때에는 1,050L의 공간을 누릴 수 있다. 절대적으로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충분히 ‘공간의 가치’는 드러난다.

더욱 섬세히 다듬은 블루HDi
DS 3 크로스백의 보닛 아래에는 PSA 그룹이 선보이는 최신의 디젤 파워트레인이 자리한다. 기존 블루HDi 130 엔진 대비 출력을 소폭 개선한, 131마력과 31kg.m의 토크의 블루HDi 1.5L 디젤 엔진은 더욱 깨끗하면서도 매끄러운 출력을 선사한다.
여기에 PSA 그룹의 최신 차량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EAT8 8단 자동 변속기를 DS 스타일로 다듬어 조합하고, 전륜으로 출력을 전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DS 3 크로스백은 경쾌한 드라이빙은 물론이고 복합 기준 15.6km/L(도심 14.5km/L 고속 17.0km/L)의 우수한 효율성을 구현한다.

DS의 감성과 매력을 선사하는 드라이빙
제원 상 수치나 차량이 갖고 있는 성능 등이 머리 속에 채워진 상태로 DS 3 크로스백의 시승에 나서면 ‘큰 기대 없이’ 시동을 걸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하지만 푸조나 시트로엥의 여러 차량에서 볼 수 있는 ‘페이퍼 스펙’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려하게 연출된 엔진 스타트 버튼은 물론이고 동급의 어떤 차량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함과 섬세함으로 연출된 공간을 살펴본다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가 선명히 드러난다. 그리고 남들은 모르고, 나는 알게 되는 또 다른 매력으로 빠져들게 된다.

기본적으로 블루HDi 디젤 엔진은 ‘디젤 파워트레인’의 무죄를 외치는 것 같다. 디젤게이트에 담긴 검은 의혹이 없더라도 충분히 좋은 디젤 엔진이 태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의 존재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주행 내내 매끄럽게 전개되는 출력이나 엑셀러레이터 페달의 반응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131마력과 31kg.m의 토크는 작고 가벼운 차체와 만나 실제 배기량을 따로 언급하지 않으면 1.5L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일상 속에서의 쾌적함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 할 때에는 더욱 대담하게 연출되는 사운드와 민첩한 반응으로 감성적인 매력이 힘을 더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는 시트로엥 보다 더 민첩하고, 푸조의 것보다는 한층 부드럽고 세련되게 다듬어져 ‘DS’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다단화에 대한 효율성은 물론이고 패들 시프트를 통한 적극적인 주행까지 모두 아우르는 만큼 ‘올라운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주행을 하는 내내 변속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작고 경쾌한 차량이지만 막연히 가볍고 불안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나 차량의 무게감은 가벼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허둥대거나 진중하지 못한 모습은 느껴지지 않는다.
되려 다루기 좋지만 달리는 과정 속에서는 상위 체격의 차량에서 느껴지던 능숙한, 그리고 주행 환경에 크게 구애 받지 않은 풍부함이 드러나 이목을 끈다. 이는 벨지안 로드와 좁고 연이은 코너가 이어지는, 그리고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면 곧바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파리의 도심을 고려한 셋업처럼 느껴진다.

이외 함께 효율 및 기능의 매력도 풍부하다. 법정 제한 속도가 90km/h 자유로에서 이어진 정속 주행에서 25km/L의 연비를 자랑하는 뛰어난 효율성은 PSA 차량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되려 당연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나 이 작은 차량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무척이나 능숙하고 매끄럽게 연출한다는 점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괜히 ‘프리미엄’ 모델을 자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좋은점:
진정한 패션카의 가치를 알리는 존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PSA의 효율, 주행 그리고 실용성
아쉬운점:
국내에서 부족한 DS의 입지, 그리고 프랑스 차량의 이미지

존재 그 자체의 가치, DS 3 크로스백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DS 3 크로스백이라는 차량은 이성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차량이다.
가격을 고려하고 성능을 본다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차량이 많고, 공간이나 크기 등의 실용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보다 매력적인 차량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DS 3 크로스백이라는 차량을 그저 냉소적으로 평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DS 3 크로스백은 다른 차량은 갖고 있지 않은 가치를 품고 있다. 흔히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DS 3 크로스백 만이 선사하는 ‘매혹적인 요소’가 있다. 자동차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우리의 사회 속에서 이러한 매혹적 요소는 분명 존중 받고, 또 새로운 기준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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