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원 식구 중에 ‘반대파’란 별명을 가진 분이 있었다. 무슨 일을 시키면 늘 반대로 하고, 다른 사람을 괴롭혔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그런 까닭에 그분은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분이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통보했다.
문득, 사회복지사들의 마음에 회초리처럼 날카로운 바람 한 줄기가 스쳤다. 그분의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찾아온 거였다. 가족도 없이 재활원에 들어와 고슴도치처럼 혼자만의 굴속에 들어가 지내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생각에 ‘혼자 내버려두었던’ 시간이 미안해진 것이었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병이 낫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기적이 일어났다. 그분은 6개월 만에 다시 재활원으로 돌아왔다. 복귀 후 누구 할 것 없이 그분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자 그분도 조금씩 나를 비롯해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했다. ‘반대파’는 융화파로 변신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의 삼 형제 중 막내였다. 어릴 때 먹을 것과 입을 옷이 부족한 삶을 살았지만 내 삶이 비참하거나 힘들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 환경에도 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은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새 힘을 준다. 내가 속해있는 곳에서 사랑을 나누고, 희망을 주고, 사랑의 꽃밭을 만드는 사람이 되려는 것도 그런 어린 시절의 경험 덕분이다.
그렇다. 아름다운 꽃이라도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잡초다. 세상에 많은 가지각색 꽃들에게 그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는 이유다.
내 아내와 아이들, 내 주위에 사람들과 청암재단 식구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말하고 싶다. 당신은 소중하며 당신의 신이 내린 최고의 작품이라고. 우리의 인생이 사랑과 관심 격려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그 이름을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고 싶다.
김창돈 청구재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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