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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코로나19 무방비’ 로힝야족 난민촌 전격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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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코로나19 무방비’ 로힝야족 난민촌 전격 봉쇄

입력
2020.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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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발생 시 ‘집단 감염’ 시간 문제

1일 로힝야족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구호 물품을 든 채 앉아 있다. 콕스바자르=AP 연합뉴스
1일 로힝야족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구호 물품을 든 채 앉아 있다. 콕스바자르=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직면한 방글라데시 정부가 1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로힝야족 난민촌 인근 지역을 전격 봉쇄했다. 원래도 의료시설은커녕 변변한 마실 물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 고립까지 더해질 경우 난민촌 전체가 거대한 집단 감염지로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국경없는의사회(MSF)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 정부는 전날 로힝야족 난민촌이 위치한 콕스바자르지구를 틀어 막기로 결정했다. 콕스바자르 당국은 “공익을 위해 이동제한을 실행한다”며 “봉쇄조치를 어긴 이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글라 당국의 이번 결정은 최근 로힝야족 난민촌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난민촌 안에서도 코로나19 발병 소식이 전해져 5일 200여명의 로힝야 난민이 목선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밀입국하려다 체포된 일도 있었다.

난민촌 폐쇄는 최악의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난민촌 자체가 비닐과 대나무, 진흙으로 만든 움막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구조인데다, 좁은 지역에 100만명 넘게 살아 코로나19 예방의 기본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난민촌 내에 손을 씻을 물도 없어 확진 환자가 한 명만 나와도 감염은 삽시간에 퍼질 수 있다. 또 난민촌 인구의 절반이 면역력이 약한 영ㆍ유아와 어린이인 점을 고려하면 감염이 사망으로 발전할 조건 역시 충분하다.

방글라 당국은 최소한의 조치만 취해 예방 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당국은 난민촌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알리고 학교 등 대중밀집 장소를 폐쇄했다. 이어 병원 등에 로힝야족을 위한 격리병동을 설치했다. 그러나 시설만 겨우 갖췄을 뿐, 병상도 50여개에 불과하고 의료장비는 전혀 구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MSF 관계자는 “방글라 정부가 구호활동가 등 외부 인력의 난민촌 진입도 대부분 금지하고 있다”며 “로힝야족 확진자를 치료할 중환자실과 의료장비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2017년 8월 미얀마 군부의 유혈탄압이 시작되자 국경을 접한 방글라 콕스바자르 등으로 대거 이동했다. 64만여명까지 늘어난 밀입국 규모는 방글라 정부의 수용정책 발표 후 110만명까지 폭증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정부의 학살로 최소 9,000여명의 로힝야족이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유엔은 로힝야족 난민 사태를 ‘인종청소 교과서’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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