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 칼럼] 제2의 연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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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칼럼] 제2의 연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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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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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밸류체인 흔들

많은 기업들 ‘해외=정답’ 공식에 불안

국내U턴 위해 규제ᆞ노동시장 정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일부 부품 재고가 바닥나면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전면 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월 10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앞 도로가 평소 줄지어 출입하던 부품 납품 차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코로나19 때문에 처음 멈춰 선 건 2월 초. 지금이야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가 얼어붙었지만,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영향은 별로 크지 않았다. 국내는 신천지 집단감염 전이었고, 미국 유럽에선 그저 독감 정도로 여길 때였다. 그런데도 완성차 라인이 가동 중단된 건 한 가지 이유,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배선계통 부품이 조달되지 않아서였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공장에 가동 중지 명령을 내리자, 국내 협력업체들이 중국에 세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공장도 멈춰 섰고, 이 부품의 수입이 막히니까 결국 완성차 생산라인까지 올 스톱됐던 것이다. 곧이어 기아 쌍용 르노도 공장 전원이 꺼졌고, 연쇄적으로 타이어와 타 부품업체까지 문을 닫게 됐다. 그다지 최첨단 전장제품도 아닌 부품 하나 때문에 모든 자동차 공장 나아가 전후방 연관 사업체까지 멈춰 서는, 말 그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말았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해외에 계속 공장을 두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일까?

수십 년간 이뤄 온 세계경제의 왕성한 성장 밑바탕엔 거미줄 같은 국제 분업 구조가 있었다. A부품은 중국에서, B소재는 일본에서, C장비는 독일에서, 완제품은 국내에서, 판매는 미국에서 식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밸류체인’이야말로 부가가치 극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공식이었고 모든 성공적 글로벌 기업들은 이 원칙에 충실했다. 하지만 원하는 때 원하는 부품을 조달할 수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게 되는데,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춰서면서 이 공급망은 엉망이 됐다. 수년 전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행보가 이어지면서, 그리고 지난해 일본이 반도체 소재물질에 대한 보복성 금수 조치를 취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신뢰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은 보다 근본적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기업들은 부가가치보다 생존과 안전에 더 큰 목표를 둘지 모른다. 정치 때문이든, 감염병 탓이든 글로벌 공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 진출보다는 국내 증설, 해외 조달 외에 국내 조달, 나아가 해외 진출 사업장의 국내 복귀를 심각히 고민할지도 모른다. 무조건 해외에서 답을 찾던 ‘아웃소싱’ 시대는 가고, 나갔던 기업이 회귀하는 ‘인소싱’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아직 꿈 같은 얘기지만 그렇게 되면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지방이 활성화하며, 개인 소득과 국가 세수가 늘어나는 그야말로 ‘산업 르네상스’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자동차 전자 업종 중심으로 해외 진출 기업들의 국내 U턴 움직임이 뚜렷했다. 이유는 엔화가치 하락, 해외 인건비 상승, 중국의 반일불매운동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 다양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혜택은 국내 취업자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누리게 됐다.

물론 코로나19 공포를 겪었다 해서 국내 기업들이 무조건 방향을 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경제가 사업할 만한 환경이 되어야 복귀도 가능하다. 낡은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과 전투적 노사관계, 혁신 서비스 하나 수용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기업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오랜 숙제를 혁파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다들 바이러스와 전쟁에 여념이 없겠지만 그래도 정부 어디선가는 ‘코로나 이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의 어느 부서는 방역외교 성공을 국격 상승으로 이어 가는 정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어느 부서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미래를 연구하며 기업들의 국내 회귀를 촉진할 ‘제2의 연어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전의 최종 승자는 방역의 성패를 넘어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자일 것이다.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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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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