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첫날부터 대화창에 비속어 떠 수업 중단도
9일 오전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서울 종로구 자신의 집에서 노트북으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3과 고3 학생들이 사상 최초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학부모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녀들의 첫날 원격수업을 지켜본 학부모 대부분은 “교육 당국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수업 질이 현격히 낮아졌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처음 시도된 원격수업 플랫폼 접속이 수시로 막힌 것부터 문제였다. 서울 강동구의 고3 학부모 권은영(가명ㆍ50)씨는 “수업을 시작한지 20분 만에 화를 내며 방에서 나오길래 물어보니 ‘다른 애들이 친구 아이디(ID)를 도용해 대화창에 비속어를 줄줄이 써 수업이 중단됐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면 학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 질이 학부모나 학생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는 원성도 자자하다. 교사들이 직접 수업을 하지 않고, EBS 강사가 제작한 인터넷 강의를 그대로 재생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경기 성남시의 고3 학부모 김모(49)씨는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듣느니 수업 질이 더 좋은 사설 인터넷 강의를 듣겠다고 한다”며 “금쪽 같은 시간을 학교 수업에만 쓰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업을 듣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예체능 전공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하던 실기수업을 집에서 하게 돼 부담이 훨씬 늘었다고 호소한다. 고3 자녀가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광주의 한 학부모는 “교사들이 카메라 너머로 실습과제를 내주면 미술도구 준비 등은 모두 학부모 몫이 됐다”며 “수시전형을 위한 내신 공부까지도 집에서 챙겨야 하는데, 개학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밝혔다.

고3을 위해 수능 연기를 뛰어 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란 요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가 2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은 ‘고3 학생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해 주십시오’란 제목의 국민청원 작성자는 “교육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재수생보다 현 고3이 불리하다고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말 형평성에 어긋나는 입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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