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9일 서울 제기동 서울 한방진흥센터에서 가지 샐러드 찜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은 관련 동영상 촬영 현장의 한 장면. 서울 한방진흥센터는 '면역밥상' 차리기, 족욕솔트 만들기 동영상 등 다양한 한방 콘텐츠를 제작, 시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일상 속 한방 콘텐츠’ 제작으로 국민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한의원, 탕제원, 약업사 등 1,000여개의 매장과 그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서울한방진흥센터 등 국내 최대의 한방 인프라를 활용한 것이다. 양의학이 국내 소개된 후 한 세기 동안 뒷걸음질을 한 전통 한의학도 살리고, 지역 경제도 살리기 위한 다중 포석이다. 서울약령시는 국내 한약제 70%가 유통되는 한방산업의 메카다. 조선시대 백성 구휼기관인 보제원이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동대문구가 전개하는 이번 사업의 중심엔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있다. 9일 오전 찾은 센터는 코로나 사태로 휴관해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그 내부는 달랐다. 유덕열 구청장이 직접 ‘면역밥상’ 차리기 동영상 촬영에 나섰다. 국민들이 안방에서 클릭 한번으로 건강도 챙기고, 재미도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발전소로 한방진흥센터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오늘 만들 요리는 도라지 정과와 가지 샐러드 찜입니다. 가지에는 안토시안이 풍부해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좋게 하고….”

제작진이 제공한 대본대로 구청장의 대사가 ‘컷’ 없이 나가자 카메라 뒤에서 숨 죽이던 센터, 구청 관계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30분 정도 이어진 촬영을 마친 유 구청장은 “라면 끓이는 수준밖에 안 되는 요리 실력이지만,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냐”며 “기회가 되면 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음식 요리에는 약선(藥膳ㆍ한약재를 넣어 조리한 음식) 요리 명인인 김보경 조리기능장이 함께해 전문성을 더했다. 유 구청장이 출연한 약선 요리 동영상과 레시피는 서울한방진흥센터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된다. 국비와 시비, 구비 465억원이 투입돼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 센터는 2017년 개관 이후 전액 구비로 운영되고 있다.

약선 요리 동영상 제작에 나선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한방진흥센터는 '면역밥상' 차리기, 족욕솔트 만들기 동영상 등 다양한 한방 콘텐츠를 제작, 시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취지에 공감한 유 구청장이 이날 ‘요리사’로 출연했다.

비슷한 시각, 센터 1층의 영상체험실에선 입욕제인 족욕소금 만들기 동영상 제작이 한창이었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병이 생길 일 없다고 한 동의보감 ‘두한족열(頭寒足熱)에 기반한 콘텐츠다. 센터 관계자는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온 몸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그를 통해 면역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동영상 제작에 땀을 흘렸다. 물에 소금을 풀기만 해도 ‘기본’은 되지만, 여기서는 심신의 안정과 항균(어성초), 각질제거(진피), 습진개선(감초), 피부미용(백년초) 효과까지 노린 다양한 족욕소금 만드는 법이 소개됐다.

조남숙 한방진흥센터장은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은 면역력을 높이는 게 최고의 방어”라며 “제2의 심장으로 불리는 발을 하루 20분씩만 따뜻하게 해줘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18세기 네덜란드 명의 헤르만 보어하브가 ‘머리를 차갑게 하고 다리와 배를 따뜻하게 하면 의사가 할 일이 없어진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 한방진흥센터 관계자가 족욕소금 만들기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시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코로나19 극복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들이 센터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

한방진흥센터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면역력 증진에 요긴한 다양한 정보들을 센터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올려 놓고 있다. 한방 건강법, 집에서 손 소독제 만드는 법, 기관지와 폐를 튼튼하게 하는 22가지 약재, 조선시대 전염병 극복법, 한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생활수칙 등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각 콘텐츠 말미에는 가성비 좋고 우수한 한방 상품들을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서울한방협동조합 온라인 몰과도 연계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 챙기는 것은 물론 한방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을 통해 한의학에 활기를 불어넣고 약령시 상권도 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약령시의 1,000여개 매장들은 보기와 달리 경기 포천, 양주 등에 대형 물류 창고를 확보하고 있는 거상들이다. 동대문구에만 3,000명 이상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구는 파악하고 있다. 전국 유일의 ‘한방사업팀’을 별도로 두고 있다.

한 세기 전 양의학이 도입된 뒤 위축되고 있는 한의학이지만 동대문구가 내다보는 한의학의 전망은 밝다. 지난해 한방진흥센터를 찾은 8만여명 중 10%쯤 외국인이고, 그 수가 늘고 있는데 센터는 주목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최근 2년간 아랍에미리트(UAE) 국왕 등 각국 VIP들과 핀란드 등 최상위 소득 수준의 북유럽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극복은 한방이 전통문화로 자리 잡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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