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연설에 3억짜리 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폭로한 항공모함 함장을 해임하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토머스 모들리 미국 해군장관 대행이 알고보니 말 실수가 아닌 ‘공금 유용’으로 사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3억원에 달하는 여행 경비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막말에 더해 도덕성 논란까지 거세질 전망이다.
미 CNN방송은 9일 “모들리 대행이 6일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선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괌을 찾았을 당시 C-37B 항공기를 탔다”며 “해당 비행에 24만3,000달러(약 2억9,539만원)의 비용을 쓴 것이 결정적 사임 이유”라고 전했다. C-37B는 군용 제트기로 한 번 비행하는 데 시간당 6,946달러가 들어간다. 무려 35시간이나 국민 혈세로 비행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배는 장병들이 코로나19에 무더기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모들리 대행은 지난달 30일 “최소 114명의 수하 장병들이 코로나19에 걸렸다. 괌에 있는 항구에 하선시켜야 한다”고 언론에 호소 서한을 보냈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을 규정 위반을 이유로 경질했고, 이어 “함장이 멍청하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그는 7일 해임됐는데, 실상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는 것이다.
그간 모들리 대행을 지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만큼은 그를 두둔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함장 경질 논란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은 최종 결정은 모들리 대행의 몫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일반인들에 편지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다 모들리 대행의 막말 파문이 일자 곧바로 후임자를 임명해 불씨를 제거했다. 민주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재키 스피어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과 국방부 수뇌부가 모들리의 방문을 허용한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