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과 재인도네시아한인회가 한국 업체로부터 기부 받아 현지 교민들을 위해 코로나19 검사에 쓰고 있는 신속 진단꾸러미. 한 줄씩 나오면 음성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피 몇 방울을 뽑아 각각 lgG, lgM이라 적힌 두 개의 진단기에 떨어뜨린 뒤 시약을 묻히고 7분이 지나자 빨간 줄이 한 개씩 나타났다. “다행입니다. 음성입니다.” 두 줄씩 나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이라고 했다. 빠른 검사 속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9일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꾸러미의 검사 시연이 열렸다. 검사를 받은 두 명 모두 음성이 나왔다. 한국의 한 업체가 100개를 기부한 신속 진단꾸러미다.

대사관과 재인도네시아한인회는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들을 위한 코로나19 전담 진료’ 협약을 맺은 자카르타 메디스트라병원에서 전날부터 이 진단꾸러미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해외에 사는 한인들이 각국의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는 민관이 합심해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뜻 깊다. 전날 검사한 교민 3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진단꾸러미는 무료지만 진료 판독 엑스레이 등을 포함해 비용은 1인당 82만루피아(6만원 남짓)가 들었다.

다만 검사 속도가 빠른 만큼 정확도를 담보할 수 있느냐가 걸린다. 업체는 정확도가 95% 이상이라고 말하지만 의료계에선 항체검사로 이뤄지는 해당 진단꾸러미의 검사 결과를 맹신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항체는 바이러스가 몸 속에 침투한 후 7~28일이 지나야 만들어지기 때문에 감염 초기에는 항체검사법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임상 정보를 보유한 중국에서 이미 코로나19 완치 환자들 가운데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한인 의사는 “면역 반응이 늦어서 항체가 생성되지 않은 감염자에게는 진단용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라며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한국에서도 항체검사는 아직 표준검사로 채택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마스크를 벗고 생활해선 안 된다”라며 “검사 뒤에도 증상이 있으면 기간을 두고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귀국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접촉한 3명이 전날 이번 검사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마냥 안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감염되지 않았거나 3일 이내 감염 초기’라고 명시돼 있다. 또 ‘lgG는 음성이고 lgM만 양성일 경우 감염 후 3일에서 8일 사이라고 판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결국 판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신속 진단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현지에서도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증폭검사(RT-PCR)를 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과 재인도네시아한인회가 한국 업체로부터 기부 받아 현지 교민들을 위해 코로나19 검사에 쓰고 있는 신속 진단꾸러미와 시약.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양성이 나올 경우 대처 방안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 한인 환자도 예외 없이 현지 지정병원으로 이송되는데, 현재 자카르타 도심 병원들은 병실이 모두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를 개조해 2만4,000병상을 마련했지만 의료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이 100명 정도고, 30명 넘게 사망했다는 현지 의사협회 보고도 있다. 현지 병원이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사관도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창범 대사는 “협약을 맺은 메디스트라병원이 인공호흡기 15개를 보유하고 격리 병실 20개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한인 환자가 나오면 우선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라며 “지정병원으로 이송되더라도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환자는 3,293명이지만, 한국인 확진 환자는 아직 없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 발표다. 사망자는 280명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