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유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상품인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증권(원유 ETN)’에 대해 가장 높은 등급의 소비자경보인 ‘위험’을 발령했다.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지표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가 심해지자 투자자들이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은 9일 원유 ETN에 소비자 경보 ‘위험’ 등급을 발령했다. 금감원이 지난 2012년 6월 소비자경보를 도입한 이후 최고 등급인 ‘위험’을 발령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비자경보는 금융소비자 피해 사전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제도로,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주의→경고→위험’ 3단계로 분류된다.
ETN은 특정 상품을 묶어 만든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원유 ETN의 경우 원유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원유 선물 가격 지수(순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저점 매수’ 수요가 몰려 들어,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액만 3,800억원으로 지난 1월(278억원) 대비 12배 넘게 늘었다. 원유 ETN 가격도 덩달아 폭등했다.
문제는 해당 ETN을 구성하는 순자산인 원유 선물 가격지수 가치가 올해 초 대비 절반 이상 떨어졌다는 점이다. ETN 가격과 순자산 가치의 차이인 ‘괴리율’은 8일 기준 35.6~95.4%에 달했다. 괴리율이 95.4%라는 건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이 100%가까이 뛰어올라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단 거다.
원래 ETN 시장에선 ETN 가격과 순자산가치 차이가 얼마 나지 않도록 유동성 공급자(LP)가 개입한다. 하지만 이마저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물량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자 LP들의 보유 물량이 모두 소진돼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투자자는 괴리율에 해당하는 가격 차이만큼 잠재적으로 손실을 부담하는 셈”이라며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 가치에 수렴하며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