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年0.75% 동결… 상황 봐가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비교적 조기에 진정될 경우, 올해 플러스(+) 성장은 가능하겠지만 1% 넘는 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2분기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코로나19 충격이 줄어들고, 3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예측이다.
◇“3분기부터 경제 정상화 되어도 0%대 성장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지난 16일 임시 금통위 때 결정한 연 0.7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결정문에서는 “올해 연간 성장률이 지난 2월 내놓은 전망치 2.1%를 크게 하회할 것이고 향후 성장경로도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성장률 전망이 급격히 나빠진 이유를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의 강도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클 것이며, 한국도 이런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의 빠른 확산과 각국의 강도 높은 통행 및 출입국 규제 등으로 세계적인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이로 인해 올해 세계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어 “국내 경기상황은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로 진행될 지에 달려 있다”면서 “2분기 이후 진정돼 3분기부터 경제 활동이 점차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올해 플러스(+)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전제 아래서도 “1% 이상 성장률은 쉽지 않다”고 봤다. 앞서 다수 해외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하다”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동결한 것은,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았고 이달부터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의 조치로 시장에 돈을 풀고 있는 만큼 당장은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더욱 둔화할 경우 5월 28일로 예정된 다음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인 ‘실효하한선’에 기준금리가 이미 도달했다는 의견에 대해 “실효하한이 가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금리 여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정책의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춰서 정책 대응을 할 것”이라고 추가 인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에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8%포인트 내린 연 0.986%에 장을 마쳐 사상 처음 0%대 마감가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자금공급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처럼 별도 법인을 마련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이 총재는 “정부의 신용보장을 통해 시장 불안에 대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회사채ㆍCP 직접 매입은 법적인 제약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한은과 금통위는 국내 경제ㆍ금융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며 “주어진 권한 내에서 금융 안정과 어려움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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