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주춤하자 경제적 이유로 완화 ‘2차 팬데믹’ 우려 목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완연하다. 확산이 정점을 찍어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이 명분인데, 실상은 봉쇄 장기화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제적 피해’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더 큰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 종식을 위해 국제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이런 자국 이기주의가 자칫 ‘2차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은 이미 코로나19 통제 풀기에 돌입했다. 스페인은 이날 전국 이동제한 명령을 25일까지 연장했으나 재택ㆍ원격근무가 불가능한 건설ㆍ제조업 등 일부 부문의 출ㆍ퇴근은 허용했다. 앞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피해가 심각한 티롤주(州)는 7일 봉쇄령을 해제했고, 유럽 팬데믹 진원지인 이탈리아마저 14일부터 일부 상점들의 문을 열 채비를 마쳤다. 덴마크, 체코 등도 단계적인 완화 조치를 선언했다.
미국 역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일 경제활동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다(워싱턴포스트ㆍWP)”는 보도가 나왔다. 최종 경제활동 재개 권한은 주정부에 있지만, 연방정부 방침이 주요 판단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진 않다.
서구권의 잇단 봉쇄 해제 조치는 악화한 경제상황 탓이 크다. 미국은 최근 3주간 1,600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새로 생겼고, 이탈리아는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5% 수준에 달한다. 이동제한과 국경통제 등 봉쇄령이 더 길어지면 회생 불가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주요국 감염 증가세가 꺾였다는 변곡점 징후가 각국이 정상화를 서두르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20%를 넘나들던 이탈리아의 일일 신규 확진 증가율은 5일 이후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엔 하루 사망자(431명)가 3주만에 400명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도 가파르게 상승하던 신규 감염이 10일 최고치(3만5,100명)를 기록한 뒤 이튿날 2만9,900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에 따른 조기 정상화를 걱정하는 비판 여론도 높은 게 사실이다.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재확산이 가능한 감염병 특성 때문이다. 아직 코로나19는 백신은커녕, 변변한 치료제조차 없어 바이러스 전파력을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스페인에선 전날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추가 집단감염 발생을 경고하며 중앙정부 결정을 맹비난했다. WP는 “14일 정도인 코로나19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신규 확진이 꽤 긴 시간 줄어들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미국의) 5월 1일 경제 재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각국 상황을 아우르는 통일된 완화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역내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관련 ‘출구전략’ 발표를 철회했다. 그러자 회원국들은 자국 경제에 필요한 통제 해제 조치를 조율 없이 쏟아냈다. 마스크를 중간에 가로채는 방역 물자 확보 다툼과 같은 자국 이기주의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미 CNN방송은 “정부가 공중보건 보호와 경제 활성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때면 늘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른 봉쇄 해제를 위험한 신호로 해석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담당 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바이러스 억제를 위해 집단적인 노력이 두 배, 세 배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제사회의 결속을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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