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3일부터 단기체류 외국인 막는 입국제한 시행
대구 확진자 4명 그치지만 “조용한 전파 이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환자 수가 49일 만에 40명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긴장의 끈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대규모 집단감염의 여파가 잦아들었지만 대신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조용한 전파’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격리 해제됐다가 다시 확진판정을 받는 재확진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는 격리 해제자 관리를 재정비하는 한편, 13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90개국에 대해 사증(비자) 면제 조치를 정지해 방역체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누적 확진환자는 전날보다 39명 늘어난 1만423명으로 집계됐다. 치료를 마친 격리 해제자는 197명 늘어 6,973명으로 증가했다. 일일 신규 환자가 40명 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2월 20일(36명) 이후 처음이다. 신천지 발 집단감염을 겪은 대구의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4명에 그쳐 첫 확진자 발생 51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확진 증가는 새로운 불안요소다. 이날까지 재확진 사례는 74명으로 전날 하루 동안 9명이 늘었다. 이들은 24시간 간격으로 시행하는 두 차례의 확진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격리에서 풀려났지만 이후 다시 확진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과 학계는 환자 체내의 바이러스가 치료과정에서 측정 불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격리 해제 이후 면역력 저하 등의 이유로 증식했다고 추정한다.
보건당국은 재확진 환자의 병세가 얼마나 악화 가능한지, 바이러스 전파력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당국은 환자들에게 격리해제 이후 2주 정도는 개인생활 위생수칙을 지키고 외출을 삼가라고 교육하지만 강제 조치는 아니다. 정부는 중국처럼 격리 해제자를 자가격리하는 방안을 포함해 격리 해제자 관리방안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다만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중국보다 한국의 검사 정확도가 높아 동일시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조사를 바탕으로 대책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유흥업소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도 추가로 보고됐다. 서울에선 서초구의 한 주점과 관련해 6일 이후 4명의 확진자가 확인됐고, 경기 평택시에선 와인바와 관련해 4일 이후 17명이 확진자로 나타났다. 정부는 유흥시설이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면 행정명령을 내려 영업을 정지시킬 계획이지만 시설 성격상 자율적으로 지침을 지키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외국인 입국제한 강화 방안도 공개했다. 외교부와 법무부는 한국인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와 지역 151곳 가운데 한국과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했거나 한국 정부가 무사증 입국을 허용한 90곳에 대해 비자 면제를 13일부터 잠정 정지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서 국내 입국을 원하는 사람은 현지 한국 공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 지난 5일까지 전 세계 한국 공관에서 외국인에게 발급한 단기비자의 효력도 정지했다.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신청일부터 48시간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신종 코로나 이상 소견이 없다는 검사서를 받아 공관에 제출해야해 외교나 사업상의 방문이 아닌 경우, 사실상 한국에 들어올 길이 막힌 셈이다. 예외로 남은 국가는 한국인 입국을 막지 않으면서 비자면제 또는 무비자 입국 조치가 적용된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등 소수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해외 입국자 전원에게 시설 또는 자가격리 조치를 실시하면서 현재 일일 1,000~1,500명 수준으로 감소한 외국인 입국자가 새로운 입국제한 조치로 앞으로 20~30%(단기 체류자 비율)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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