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성년자는 신상공개 대상 해당 안돼”
박사방 공동운영자 ‘부따’ 구속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디지털성범죄 집중단속에 나선 경찰이 9일 현재까지 221명을 검거하고 그 중 32명을 구속했다. 피의자 3명 중 1명은 10대였다. 10대 피의자들은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지만 미성년자라서 신상공개 대상은 아니다.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274건을 수사했다”며 “34건은 검찰에 송치했으며, 240건은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거된 221명 중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처럼 성착취물 방을 운영한 운영자는 57명, 유포자는 64명이었다. 박사방 등에 회원으로 들어가 성착취물을 내려받아 소지한 피의자는 100명에 달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경우가 3건, 재유포한 경우가 10건이다. 개인 간 성행위 등을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해 소장하고 있다가 지인 등에게 전송한 경우는 144건, 화장실 불법촬영이나 특정인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등 기타 디지털 성범죄는 117건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10대(65명), 30대(43명) 순이었다. 40대 이상은 10명이었다. 다만 가해자 전원에 대한 신상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상공개 제도에서 청소년은 예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미성년 가해자는 신상을 공개할 수가 없다. 경찰은 “10대 가해자를 조사할 땐 부모 등 신뢰관계인이 참관하긴 하지만, 소속학교에 따로 조사와 관련해 통보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외 다른 해외 메신저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일부 유포자가 경찰 수사가 집중된 텔레그램을 피해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 성착취물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근 아동 성착취물 등이 유통된 해외 메신저 ‘디스코드’ 채널 5개를 폐쇄하고 채널 운영자와 판매자 등 10명을 검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동 성착취물을 거래한 판매자를 검거해 구속한 데 이어 구매자 20여명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대화방의 시초 격인 n번방 운영자 '갓갓'의 신원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디지털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텔레그램 자경단' 회원들에 대해서도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해 수사하고 있다. 자경단의 신상 공개 과정에서 기존 피해 영상이 유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모자로 알려진 ‘부따’ 강모(18)군은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구속됐다. 강군은 대화명 ‘이기야’ ‘사마귀’와 함께 조씨가 박사방 공동운영자로 지목한 공범 중 한 명이다. 김태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범행내용과 피의자의 역할 및 가담정도, 범행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점 등에 비춰 높은 처단형이 예상된다”라며 “수사의 진행 경과, 수사 및 심문 과정에서의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피의자는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라고 구속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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