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분 1조원 운용… 총 10조원 ‘주가 안전판’ 역할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정부와 금융권이 10조원 규모로 조성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의 내부적인 운용 목표가 ‘코스피 1,500선 지키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증안펀드는 1차로 9일부터 1조원 규모로 시장에 투입된다. 최근 상승세인 증시에 당장 대규모 자금이 쓰이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선 향후 상당한 주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코스피 1500이 심리적 마지노선” 판단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투자위)에 “코스피 1,500선을 지키는 게 펀드의 기본 목표”라는 점을 전달했다. 이에 투자위는 증안펀드의 자(子)펀드 운용기관으로 선정된 자산운용사들에게 코스피 1,500선 사수 등 기본적인 운용 방침을 담은 안내문을 전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안펀드 운용 전략은 투자위에서 결정하지만 당국 입장에서 증권시장 안정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이런 목표를 정한 것은 코스피 1,500선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봐서다. 실제 코스피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19일 1,500선이 붕괴돼 1,457.64까지 내려갔는데, 이때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85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패닉 심리를 부르는 잠정 지수대가 1,500이라고 본 것이다.

또 코스피 1,500선이 무너질 경우 다수 상품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하는 점도 고려됐다. 대표적인 상품이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이 상품은 올해 들어서만 5조4,446억 어치가 발행됐는데, 코스피200지수가 미리 정한 하락률(통상 -35~-65%)을 넘으면 손실이 발생한다. 연초 290.35였던 코스피200은 지난달 199.28까지 떨어져 30%대 하락률을 보였고, 실제 몇몇 상품은 손실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이런 대규모 손실 사태 가능성까지 고려해 코스피가 다시 1,500선을 향해 급전직하할 경우 선제적으로 증안펀드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500선이 깨지면 증안펀드가 나서는 게 아니라, 그 전에 1,500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라며 “다만 구체적인 운용 전략은 투자위가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스피 추이.
◇증시 상승세… 당장 자금 투입은 없을 듯

증안펀드는 산업은행, 5대 금융지주, 각 업권별 18개 금융사, 증권 유관기관 등에서 총 10조7,600억원을 출자해 조성돼 이날부터 가동됐다.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투자위에서 하는데, 강신우(전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 위원장,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증안펀드 주요 출자기관 책임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투자위에서 결정하면 모(母)펀드 운용 기관(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26개 자펀드 담당 자산운용사에 돈을 공급해 시장에 투입하는 구조다.

투자위는 우선 1차 펀드 조성(캐피탈콜)액인 3조원 중 1조원을 모펀드에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상승세여서, 곧바로 주식시장에 돈을 투입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3월말 1,700선을 회복한 뒤 4월 들어 1,800선까지 오른 상황이다. 코스피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29.07p(1.61%) 오른 1,836.21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선 증안펀드의 역할에 기대감이 상당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장 자금이 투입되지 않아도 언제든 시장이 나빠지면 공급될 자금이 있다는 건 공포심리를 막는데 효과적”이라며 “특히 바닥을 알 수 없는 것과 1,500이라는 저지선이 존재한다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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