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은 밥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쌀 소비량 통계를 보면 이런 말이 무색하다. 한국인의 쌀 소비량이 줄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사상 최저치인 59.2kg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쌀 소비량이 60kg 이하로 떨어진 것은 쌀 소비 통계를 낸 사상 처음인 데다 1989년의 1인당 쌀 소비량인 121.4kg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하루 두 공기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쌀밥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낭설에 다이어트를 위해 조금이라도 적게 먹으려고 식당에서 밥공기 반만 먹고 남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면서 다른 음식으로 하루 식사량을 보충한다. 그 결과 쌀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쌀밥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게 되는 것일까?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30년 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가 나타났다. 100여년 전 외국 선교사들이 우리나라 생활상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구한말에는 밥그릇의 크기가 30년 전의 밥공기보다 오히려 두 배는 더 커 보인다. 쌀밥 때문에 살이 찐다면 구한말에 지금보다 뚱뚱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것일까?
더욱 놀라운 것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먹던 밥그릇의 크기는 구한말보다도 훨씬 더 컸다는 사실이다. 서울 워커힐 호텔 옆 아차산에는 근래에 장수왕 이래 한강유역을 차지했던 고구려의 군사유적들이 보루라는 형태로 여러 곳 발견됐다.
이 보루군사유적에는 식량창고 취사터들도 발굴되었는데, 당시 고구려군사들은 잡곡뿐만 아니라 쌀밥도 충분히 먹었고 발굴된 밥그릇의 크기도 조선시대의 것보다 훨씬 컸다. 한마디로 예전 우리 조상들은 한번에 먹는 쌀밥의 양이 지금의 우리가 먹는 양보다 훨씬 더 많았다.
비만의 주범은 쌀밥이 아니다. 정작 먹어야 할 쌀밥은 적게 먹고 기타의 달고 기름진 음식들을 너무나 과다 섭취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가족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명절음식은 칼로리 타령하면서 기피하고 평소에는 치킨, 피자, 빵, 과자 같은 것들은 아무런 절제 없이 과잉 섭취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또 음식에 있어 5대 영양소와 칼로리만 따지고 효소 등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소들에는 관심 없는 지금의 식품영양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한국인의 대사질환들은 모두 식생활에 의해 좌우되는 병이다. 이런 기저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번 코로나19사태를 통해 우리는 충분히 목도할 수 있다.
사실 혈압강하제를 챙겨 먹는다고 뇌경색,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제대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뇨의 진행과 합병증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님이 이미 의료통계로 나와 있다. 지금 요양병원에 뇌졸중 후유증이나 당뇨합병증상으로 장기간 누워있는 수많은 환자들도 알고 보면 이미 고혈압약, 당뇨약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다.
수치만 일시적으로 떨어뜨려 놓는다고 병이 낫는 것이 절대 아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평생 안 낫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를 일으키는 내 몸의 문제를 뜯어고쳐야 해결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조상들이 먹던 원래의 제대로 된 쌀밥인 현미밥을 충분히 먹고, 육류와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줄이는 한편 채식 위주의 전통 한식을 되살린다면 대사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치료에도 해법이 열릴 것이다.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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