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혁명 60주년 맞아 관련 유물 등록 추진… “민주화 문화유산 중 처음”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이 추진되는 '4ㆍ19 혁명 참여 고려대학생 부상자 명단'. 문화재청 제공

“곤봉 엇개(어깨) 맞다”, “천일백화점 근처에서 깡패의 몽둥이로 후두부를 맞고 失神(실신)”,….

1960년 4ㆍ19 혁명 당시 작성된 ‘4ㆍ19 혁명 참여 고려대학생 부상자 명단’에 담긴 내용이다. 혁명 전날인 4월 18일 국회의사당 앞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던 고려대 학생들이 ‘정치깡패’의 습격을 받아 다치는 일이 벌어졌는데, 초안 2종과 이를 정리한 정서본 1종으로 이뤄진 이 자료에는 부상자 이름과 함께 소속, 부상 날짜ㆍ장소, 피해 정도 등이 상세히 기록됐다. 부상 장소는 안암동, 천일극장 앞, 국회의사당, 종로3가, 동대문경찰서 앞 등이었다.

총 7장 14면인 첫 번째 초안은 필체와 필기 도구가 다양한 사실로 미뤄 작성자가 여러 사람인 것으로 추정됐다. 한 명이 작성한 듯한 두 번째 초안은 2장 4면인데, 학생 외에 보일러 기관사와 운전사의 이름도 기록돼 있다. ‘사일구 의거시 부상한 학생’이라는 제목의 정서본은 3장 6면 분량으로, 50명의 명단이 소속 단과대학, 학과, 학년, 성명, 부상 날짜ㆍ장소, 부상 정도, 본적ㆍ현주소 등과 함께 적혔다.

1960년 4월 혁명 무렵 발생한 시위 등 사건들과 이로 말미암은 당시 정치적 격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4ㆍ19 혁명 관련 역사 유물들은 해당 기록물 말고도 제법 된다. 이들이 4ㆍ19 혁명 60주년을 맞아 국가의 법적 보호와 관리를 받는 문화재로 등록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역사적인 민주화 현장을 기억하고 배워야 할 점도 짚어보려는 취지로 ‘4ㆍ19 혁명 문화유산’을 집중 발굴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민주화 문화유산의 국가문화재 등록 추진은 처음이다.

등록 우선 추진 대상은 7건이다. 문화재청은 앞서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 기관 추천을 통해 4ㆍ19 혁명 관련 유물 179건을 발굴했고, 문화재선정자문회의가 7건을 추렸다.

이 가운데 ‘4ㆍ19 혁명 참여 고려대 학생 부상자 명단’과 함께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 중 ‘4ㆍ19 혁명 참여자 구술 조사서’와 ‘4ㆍ19 혁명 계엄포고문’이 올 상반기 내 등록 절차를 밟는다.

4ㆍ19 혁명 참여자 구술 조사서는 혁명 당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학생 주도로 결성된 ‘4월혁명연구반’이 남긴 구술 기록 자료다. 4ㆍ19 데모 목격자와 인근 주민 조사서, 교수 데모 실태 조사서, 사후 수습사항 조사서, 연행자 조사서, 부상자 실태 조사서, 데모 사항 조사서 등 9종이고, 작성 지역은 서울과 대구ㆍ부산ㆍ마산 등이다. 조사자는 정치에 대한 관심 및 심정 등을 조사 대상자에게 직접 물었다. 특히 데모 사항 조사서에는 시위 참여 동기, 시간ㆍ장소, 해산 시까지의 충돌 과정 등이 기술돼 있는데, 서울뿐 아니라 대구 2ㆍ28, 마산 3ㆍ15 시위 참여자까지 대상으로 한 현존 유일 구술 자료라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 중 '4·19 혁명 계엄포고문'. 문화재청 제공

4ㆍ19 혁명 계엄포고문도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이 수집한 자료다. 기관에 의뢰해 원본을 받았다. 계엄 선포 1종, 비상계엄포고문 12종, 훈시문 1종, 공고문 3종, 담화문 2종 등 총 19종으로, 1960년 4월 19일부터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각종 시책과 명령 등이 담겼다. 자료를 보면 19일 오후 5시에 서울과 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이어 집회 해산, 등교 중지, 통행 금지, 언론ㆍ출판 통제, 유언비어 유포 금지 등을 알리는 공고문이 발표됐다.

나머지 우선 등록 추진 대상은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촬영한 김주열 열사 사진’, ‘자유당 부정선거 자료’, ‘이승만 사임서’, ‘마산 지역 학생 일기’, 동성고 이병태 학생의 일기인 ‘내가 겪은 4·19 데모’ 등이다.

1960년 4월 11일 허종 기자가 촬영ㆍ보도한 김주열 열사 시신 사진은 4ㆍ19 혁명 촉발의 결정적 계기였다. 김 열사는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모습으로 숨진 채 떠올랐다.

등록 추진 문화재는 지자체가 등록을 신청하면 전문가 현장 조사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가 확정된다.

등록이 전부가 아니다. 문화재청은 4ㆍ19 혁명 유산을 적극 활용, 민주화 정신 공감대 형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화재 보존처리와 복원 정비 지원 △관련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홍보 △현장 답사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3ㆍ15 의거 발원지와 마산 시위 현장 등이 기록된 다큐멘터리를 17일부터 EBS를 통해 7차례 방영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연세대와 함께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를 처음 공개하는 특별전과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4ㆍ19 혁명은 학생과 시민이 주도해 독재 정권과 부정선거에 항거한 민주주의 혁명”이라며 “혁명 문화유산 등록이 민주주의 성숙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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