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좀비 같다. 흥행 부진과 만성 적자에 다 죽어가다가도 불씨만 던져지면 기어이 되살아나고, 해외 축구의 인기에 밀려난 틈새에서도 신규 팬을 야금야금 끌어 모은다.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래 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희한하리만치 끈질긴 K리그의 저 생명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좀비가 진화해 불사신이라도 된 걸까. 붉은악마 출신 ‘골수 축빠(축구 팬)’ 기자와 K리그는 상종도 안 했다는 ‘해축빠(해외 축구 팬)’ 기자가 그 답을 찾아서 K리그 현장 구석구석을 발에 땀 나도록 누볐다. 주말을 고스란히 바치고 때로 머나먼 원정길도 마다하지 않으며, 선수와 구단, 팬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 왔다.
K리그를 읽는 시간
김형준ㆍ이승엽 지음
북콤마 발행ㆍ368쪽ㆍ1만6,000원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선 구장 운영 혁신과 기발한 홍보 마케팅, 사회 공헌 활동 등 각 구단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보고, 설문조사를 통해 축구팬들이 K리그에 바라는 점을 들어 봤다. 수준 높은 경기력과 팬 서비스로 팬들과 가까워지려는 선수들의 헌신도 놓치지 않았다. 2부에는 K리그 현업 종사자와 지도자, 서포터의 열띤 애정 고백을 담았고, 마지막 3부에선 K리그의 역사를 정리했다.
스포츠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 뒤에 숨겨진 눈물과 땀방울이 가슴을 뛰게 한다. 전북 현대의 간판 스트라이커 이동국을 ‘K리그의 전설’이 아닌 ‘대박이 아빠’로만 알고 있는 축구 문외한이라면 당장 이 책을 읽어 보자. 날마다 명승부를 새로 쓰고 있는 K리그 경기장으로 달음박질치고 싶어질 테니까. 저자 인세는 전액 축구 발전을 위해 쓰인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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