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흑인 희소성 강점… 수전 라이스도 후보에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대선을 7개월 앞두고 민주당 후보로 최종 낙점되면서 ‘트럼프 대 바이든’의 양자 대결 구도가 완성됐다. 하지만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즉 부통령 후보가 누가 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단, 여성이 될 것이라는 점 하나는 확실하다. 바이든도 앞서 3월 마지막 경선 TV토론에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택하겠다”고 공언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바이든과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있는 11명의 여성 후보를 엄선해 발표했다. WP는 “바이든이 대권을 거머쥐면 78세로 미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때문에 부통령 선택은 특별히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바이든이 고령인만큼 그를 보조할 조력자의 역할이 훨씬 커질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을 1순위로 지목했다.
신문은 해리스를 “가장 논리적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유일한 ‘흑인 여성’ 상원의원이라는 희소성,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내는 등 법조계에서 단련된 이력으로 공격과 방어에 능숙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 해리스는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트럼프 행정부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경선 초반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바이든을 거세게 몰아붙여 궁지로 몰아 넣기도 했다.
차순위로는 역시 경선에서 자진 사퇴한 에이미 클로비샤 상원의원이 꼽혔다. 클로비샤는 토론에서 입증된 논리정연함이 강점이다. 2월 열린 민주당 TV토론에서 3선 정치인답게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언변으로 일약 지지율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미네소타주(州)가 지역구라 미시간이나 위스콘신 등 중서부 경합주 득표에 유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3순위 후보에 자리한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전화 좀 하지 말라”고 콕 집어 싫증을 낼 만큼 연방정부의 감염병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된 미시간주의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점 역시 플러스 요인이다.
4위는 당초 바이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경선 3강을 형성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다. 확실한 색깔로 진보성향 유권자 공략에 특화돼 있지만 나이가 많은 점(71세)이 걸림돌이다.
5~10위는 태미 볼드윈 상원의원(위스콘신), 캐서린 코르테즈 마스토 상원의원(네바다), 발 데밍스 하원의원(플로리다),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하원의원, 미셸 루안 그리샴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각각 차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가 마지막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정통 외교ㆍ안보 전문가다. WP는 “다만 미 외교관 4명이 사망한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 사건 당시 조기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은 라이스의 명백한 결점”이라고 평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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