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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대신 유동성 공급 택한 한은, 이유는

입력
2020.04.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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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로 동결했다. 지난달 긴급 금통위를 통해 ‘빅컷’을 단행함에 따라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내려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실효하한선’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대신 공개시장운영을 위한 매입 대상 채권을 확대하는 등의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할 대책을 내놨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열린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에 대응해 금리를 전격 0.50%포인트 인하한 지 약 3주 정도 지난 터라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 금융ㆍ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의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통화정책의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저금리 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경제성장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투자 및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또 특히 외부 경제변동에 취약한 한국의 경우 금리를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화폐가치가 유지되면서 해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이주열 총재는 과거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의 실효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리를 내린 후에도 추가 경기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통화정책 여력을 비축할 필요성이 제기됐을 가능성도 있다. 금통위는 결정문을 통해 “올해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빅컷’을 결정한 지난 금통위에서도 0.25%포인트 인하로 소수의견을 냈던 임지원 금통위원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적으로 고조되면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통적 통화정책의 여력을 급격히 소진하기보다는 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이날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ㆍ중소기업금융채권ㆍ수출입금융채권ㆍ주택저당증권(MBS) 등을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 증권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도 있었던 조치다. 아울러 이미 3개월 한도로 무제한 매입을 실시하고 있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대상 채권에 예금보험공사 발행채권을 추가했다.

한은은 산금채 등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한은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면 간접적으로 회사채 매입에 활용해 채권시장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은 이날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고 있던 비은행 금융기관 대상 특별대출프로그램은 가동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이주열 총재가 한국은행법 80조를 통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금통위 결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이번 금통위에서 이와 관련된 의결은 나오지 않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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