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양쪽에서 패권을 잡고 있던 ‘용’ 진ㆍ한제국과 ‘독수리’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비교 분석한 역사서다. 진ㆍ한제국에 대해선 기원전 771년 주나라 제후국 시기의 진부터 최초의 중국 통일이 이뤄진 기원전 221년을 거쳐 동진이 멸망한 기원후 419년까지, 로마는 기원전 509년 로마공화정 성립부터 기원후 476년 서로마제국이 북방 게르만족에게 멸망할 때까지 다룬다.
장장 1200여년에 달하는 장대한 역사를 다루다 보니 책의 분량이 만만찮다. 중국의 토대가 되는 진ㆍ한제국과 서구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로마제국을 정치체제와 경제, 종교, 철학, 문화적 특색부터 재정관리, 조세제도, 군사전략, 대외정책 등 다방면에 걸쳐 꼼꼼하게 비교 분석한다. 이해하기 쉬운 소박한 문장 서술 속에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한 정교한 논리, 독창적인 시각이 자리잡고 있어 술술 읽힌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
어우양잉즈 지음ㆍ김영문 옮김
살림 발행ㆍ920쪽ㆍ4만5,000원
두 제국은 초기에 주변국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에 있었으며, 권력과 부가 중앙으로 집중되면서 북방 야만족의 압력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마제국이 서로마 멸망 이후 다시 통일제국을 이루지 못한 반면, 중국은 당 송 명 청 등 대제국이 계속 이어졌다는 차이점도 있다. 빈부의 극심한 격차가 진ㆍ한제국을 쇠퇴하게 만든 주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부의 집중도는 로마제국이 20배 이상 심했다는 비교가 흥미롭다. 놀라운 건 이 같은 책을 평생 물리학에 몸담았던 미국의 중국계 과학자가 썼다는 점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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