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발병 사례가 국제 사회에 보고된 지 100일 만에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늑장대응과 중국 편향적 태도로 비판을 받아온 세계보건기구(WHO)는 그간의 노력을 자화자찬했다.
8일(현지시간) 미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전 세계 184개국에서 150만4,971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이 WHO에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지 100일 만이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전 세계 환자는 8만7,984명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내 확진자 수가 42만4,945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14만8,220명), 이탈리아(13만9,422명), 프랑스(11만3,959명) 등이 뒤를 이었다. 누적 사망자는 이탈리아(1만7,669명), 스페인(1만4,792명), 프랑스(1만869명) 순이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지만 WHO는 그간 코로나19에 적절하게 대처해왔다고 홍보하기 바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화상브리핑을 통해 “내일(9일) WHO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의 첫 사례를 보고받은 지 100일이 된다”며 “지난 100일 동안 우리의 변함없는 약속은 세계 모든 사람에게 평등과 객관성, 중립성을 가지고 봉사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20분 넘게 이어진 브리핑에서 그는 올해 1월5일 회원국에 새로운 발병을 공식 통보했고 10일 잠재적 사례의 발견과 검사, 의료진 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전했다. 1월22일에는 긴급 위원회를 소집, WHO의 가장 높은 경고 단계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며 당시 중국 외 지역의 사망자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2월에는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을 중국에 파견했고 이어 △코로나19 대응기금 마련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 △의료진을 위한 필수 장비 확보 △치료법 연구ㆍ개발 가속화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에도 WHO는 국제 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HO는 머뭇거리다 국제적 비상사태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뒤늦게 선언했다. WHO의 마스크 착용 권고도 대다수 국가가 의무화에 나선 뒤에야 뒤늦게 나왔다. 특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의 코로나19 조처에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는 등 수차례 친중(親中)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고, 국제 청원 사이트에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자금 지원 보류를 압박하며 WHO 비판에 가세하자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정면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더 많은 시신 포대(body bag)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정치쟁점화를 삼가 달라”고 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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