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 합류, 한 달간 시민 전화상담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경험할 수 있었던 값진 여정이었습니다.”
육군 제2경비단 소속 박미현(48) 상담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엄습한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에 합류해 상담 활동을 했던 지난 한 달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일 처음 대구에 도착해 현장을 둘러본 박 상담관은 “전시 상황이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곳곳에 보였고, 문진표와 발열 체크 없이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모든 상가들은 문을 닫았고, 행인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적막과 공포가 크게 다가왔지만 코로나로 상처 입은 대구 시민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괜찮다. 그저 그렇다”라면서도 슬픔에 잠겨 있던 60대 여성에게 이유를 묻자 “엊그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며 오열했던 일, “모친의 건강을 염려해 간 병원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돌아가셨다”며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시민도 있었다.
하지만 대구 시민은 따뜻했다. 코로나19가 망친 일상에 분노하던 남성 시민은 상담이 끝나고 “아직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며 오히려 박 상담관을 격려했다고 한다. 박 상담관은 “이번 상담을 통해 사람의 마음은 ‘아름답다’는 말 외엔 다른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8일 육군에 따르면 박 상담관을 비롯해 총 13명의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이 지난달 대구에 파견됐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된 시민들과 전화로 상담하며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22일간(근무일수 기준) 하루 평균 400여명꼴로 총 8,500여명을 상담했다. 상담 시간만 2,200여시간에 달했다.
50사단 소속 전경옥(36) 상담관은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에 걸려 불안한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가 커져 있는 상태였다”며 “한 분이 (상담 후) ‘가슴에 있던 돌덩이가 내려가는 것 같다’고 감사를 표시하면서 ‘나 자신이 나라로부터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지 살면서 처음 느껴본다’는 말씀도 했다”고 전했다. 3군단 소속 정관신(58) 상담관 역시 “대구 시민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하러 갔지만 오히려 내가 마음의 부자가 됐다”고 했다. 이들은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원소속 부대로 복귀, 기본 업무인 장병 상담 업무를 이어간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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