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 줌인] 82세 아버지부터 ‘셀럽’까지… 가족 유세단
‘배우 출신 아내, 시인인 남편, 20대 딸부터 80대 아버지까지….’
4ㆍ15 총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후보자들의 ‘가족선거전’도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유명 연예인부터 80대 노인까지 나이 직업 등도 각양각색이지만 가족의 당선을 위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점은 똑같았다.
치열한 선거전은 후보만큼이나 유명한 가족도 현장으로 소환했다. 배우 심은하씨는 서울 중ㆍ성동을에 출마하는 남편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5일부터 지역을 돌고 있다. 연예계 은퇴 후 공식활동을 하지 않고 4년 전 20대 총선 당시에도 조용히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심씨의 공개 선거운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 유오성씨는 강원 태백ㆍ횡성ㆍ영월ㆍ평창ㆍ정선 지역에 출마한 검사장 출신 형인 통합당 유상범 후보를 돕고 있다. 유씨는 직접 선거현장에서 돕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유세에 나서는 등 선거운동에 적극적이다.
선거운동에 나선 가족들은 자기 이름 대신 후보를 앞세운다. 격전지인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남편 조기영 시인은 ‘고민정 남편’이라고 쓰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고 후보와 맞붙는 오세훈 통합당 후보의 첫째 딸 주원씨는 ‘오세훈 딸’이라고 적힌 분홍색 어깨 띠를 두르고 유세차에 올랐다. 다른 후보들의 가족들도 ‘남편’ ‘아내’ ‘아들’ ‘딸’이라고 적힌 점퍼, 마스크, 띠 등을 걸치고 나섰다.
인천 동ㆍ미추홀을 남영희 민주당 후보의 경우는 선거운동을 돕는 아들과 남편이 각각 ‘아들’, ‘남편’이라 쓰인 파란 마스크를 쓴다. 남 후보 자신은 ‘본인’이라고 쓰인 마스크를 쓴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부인 최지영씨도 선거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 선거운동을 이끄는 안철수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도 대구 의료봉사에 이어 국토 종주에 동행하고 있다.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공무원이라도 배우자나 부모 자녀 등 직계 존ㆍ비속이 후보라면 함께 뛰는 게 가능하다. 서울 동작을 나경원 통합당 후보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딸과 함께 선거운동 첫날 유세차량에 올랐다.
물론 ‘집안 사정’에 따라 현장에 나서지 않는 공무원 신분 후보 가족들도 있다. 서울 영등포갑 문병호 통합당 후보의 경우 부인인 민유숙 대법관은 선거운동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 현장에 나오는 순간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아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쁜 아들, 딸 대신 노년의 부모가 선거운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나 직계 존ㆍ비속은 선거운동 가능 범위가 넓어 따로 명함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갑 김부겸 민주당 후보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배우인 딸 윤세인(본명 김지수)씨가 선거를 도왔지만 육아 등으로 바빠 이번엔 선거운동에 나서지 못했다. 대신 김 후보의 부친인 김영용(82)씨가 밤낮으로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부친 김씨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산과 공원을 다니며 명함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아들이 화제가 됐던 심상정 경기 고양갑 정의당 후보의 경우 학업으로 바쁜 아들 이우균씨 대신 남편 이승배씨가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