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과 남편의 여자간 긴장감 
 주변 인물과 복잡한 관계 등 
 영국 원작과 달리 심리 묘사 치중 
 시청률 치솟으며 화제성 1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내가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거야.”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잘나가는 아내 몰래 2년간 다른 젊은 여자를 만나온 남자 이태오(박해준)는 자신의 외도를 ‘사랑’으로 포장한다.

“여자라고 바람 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냐. 다만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거지.”

남편의 배신에 뒷목 잡고 쓰러질 뻔한 여자 지선우(김희애)는 정신을 가다듬고 남편 몰래 복수를 준비한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숨 죽이며 지내는 가운데 불륜 드라마, JTBC ‘부부의 세계’가 안방 극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1회 방송 시청률이 6.3%(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 5일 4회 방송 때는 14%까지 치솟았다.

시청률 너머 화제성으로 치면 단연 1위다. TV화제성 분석회사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SNS, 블로그, 뉴스 기사 및 댓글 등 온라인 반응을 종합해 집계하는 ‘화제성 지수’ 순위를 보면, 이 드라마는 방송 첫 주부터 드라마ㆍ비드라마 통합 1위에 올랐다. CJ ENM, 닐슨코리아가 포털 검색자 수, 동영상 조회수, 온라인 언급 횟수 등을 종합해 측정하는 ‘콘텐츠영향력 지수’에서도 2주 연속 드라마ㆍ비드라마 통합 1위를 지키고 있다.

드라마의 원작인 영국 BBC의 ‘닥터 포스터’가 2016~2018년 국내에 방영됐을 때 조용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반응이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주구장창 반복되어온 불륜 드라마인데, 왜 이리 인기인 걸까.

4회까지 방송된 ‘부부의 세계’는 대체로 BBC 원작의 틀을 따라가지만 사건보다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다르다. 주인공이 남편을 의심할 만한 단서를 찾아낸 뒤 증거 확보까지 곧바로 내달리는 원작과 달리, ‘부부의 세계’는 남편을 의심하면서도 그러한 의심을 둘러싼 복합적인 감정을 낱낱이 드러낸다.

남편 이태오의 바람을 눈치챈 지선우, 그리고 이태오의 상대 여다경(한소희)이 서로에 대한 속내를 감춘 채 아무렇지도 않은 채 감정의 칼날을 부딪히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 남편의 바람의 알고도 모른 척 할 뿐 아니라, 지선우까지 속이려 드는 주변 사람들과의 팽팽한 긴장관계도 그렇다. 막장 드라마라기보다 심리 스릴러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불륜으로 인한 원초적 감정 폭발보다 복잡한 인간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을 부각시킨다는 점이 차별적인 셈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갈등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연출하고 있다”며 “불륜 자체보다 부부 관계를 실마리로 해서 다양한 인물의 서사까지 다루다 보니 드라마 자체가 한층 더 입체적이고, 장르적으로도 다양한 특성이 섞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제작진이 예고한 바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모완일 감독은 “여자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원작과 달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며 “부부를 다룬 다른 작품이 보여주지 못한 깊은 부분까지 치고 들어갈 것”이라 말했다. 원작에 비해 이태오가 더 치졸하게, 지선우를 유혹하려는 이태오의 친구 손제혁(김영민)이 더 위선적이게 그려지는 것도 이런 의도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의 원작인 영국 BBC '닥터 포스터'의 남녀 주인공. BBC 홈페이지

BBC 원작 ‘닥터 포스터’를 쓴 마이크 바틀릿은 극작가 출신으로 드라마의 모티프도 고대 그리스 비극 ‘메데이아’에서 가져왔다. ‘메데이아’는 배신한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식까지 희생시키는 마녀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바틀릿은 드라마를 통해 ‘메데이아’를 ‘남성중심적 세계와 싸우는 여성의 투쟁기’로 재해석하려 했다. 이런 바틀릿의 의도가 어쩌면 ‘부부의 세계’에서 더 잘 살아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관심은 이런 화제성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에 쏠린다. ‘부부의 세계’는 지금 원작 시즌1 분량을 거의 다 소화한 상태다. 6회나 7회 이후에는 원작의 시즌2를 다루게 된다. 원작의 시즌2는 쫓겨난 남편이 되돌아와 일으키는 갈등을 다룬다. 시청자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 심리 스릴러로 풀어나갈 여지가 적다. 원작 자체도 시즌1에 비해 시즌2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겉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여도 들여다보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부부와 그 주변 인물들 관계를 어디까지 보여주면서 어떤 의미망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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