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노동시간 6.7% 감소 전망
“일자리 2억개 증발 맞먹는 충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노동시장에 재앙이 되고 있다. 노동인구 10명 중 8명이 이동제한 및 휴업령의 영향권에 놓였고, 해고ㆍ휴직ㆍ단축근무 등으로 전체 근로시간도 빠르게 줄고 있다. 2분기 노동시장에 미칠 코로나19의 충격이 상근직 일자리 2억개가 사라지는 수준일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노동인구 33억명 중 81%는 현재 직장의 일부 또는 완전 폐쇄 등과 같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27억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휴직, 단축근무, 재택근무,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 없이 모든 노동자와 사업장이 재앙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ILO 예측모델은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동시간이 전 분기 대비 6.7% 짧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주 48시간 근무 상근직 일자리 1억9,500만개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평가했다. 특히 아랍권 국가의 감소폭이 8.1%로 가장 컸고, ‘세계의 공장’ 중국이 속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7.2% 단축으로 1억2,500만명분의 일자리 상실의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직종은 숙박ㆍ요식업, 제조업, 도ㆍ소매업 등이다. ILO는 “이 분야 종사자들은 직접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 해고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들 노동자 규모가 12억5,000만명으로 전체의 38%나 차지한다는 점이다. 고위험군 업종 비중은 선진국이 포진한 미주와 유럽이 각각 43.2%, 42.1%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노점상 등 법의 보호 바깥에 놓인 비공식부문 노동자 비중까지 높은 아프리카ㆍ아시아ㆍ남미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충격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지목됐다.
3주 전 ILO는 연말까지 전 세계 실업자가 2,500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코로나19발(發) 글로벌 실업대란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하순 2주 동안 미국에서만 실업급여 신청자가 1,000만명에 달했다. ILO는 이날 “예상보다 실업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면서도 예측치를 내놓지 못했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1분기에만 3,000만개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ILO는 △하반기 세계 경제 회복 속도 △노동 수요를 끌어올릴 효과적인 정책 등 2가지 요소에 따라 실업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취약 직종 노동자의 생계와 생존가능 사업장, 개도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등을 촉구했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빠르고 단호하게 함께 움직여야 한다”면서 “정확하고 긴급한 조치가 생존과 붕괴를 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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