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에만 방점 둔 경제대책 실효성 논란
정부ㆍ도쿄도, 휴업 업종 두고 줄다리기
시행 첫날 도쿄 확진자 144명… 하루 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108조엔(약 1,215조원) 규모 경제대책이 하루만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휴업 요청 업종을 둘러싸고 정부와 도쿄도 간 이견도 불거졌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8일 아베 총리가 전날 긴급사태 선언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이라고 강조한 긴급 경제대책이 실질적으로 가계와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충실한 내용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여론을 의식해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민간지출까지 포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8조엔에 정부 지출과 민간 융자 지원 외에도 세제 지원을 위한 26조엔이 포함된 것을 두고서다. 지난 2월 이후 매출이 급감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1년 유예해 주는 것인데 결국은 기업이 지불해야 할 액수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대책의 규모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한다”고 강조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여당인 자민당 고위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초기단계부터 독일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독일이 지난달 GDP의 20%에 달하는 7,500억유로 규모의 경제대책을 발표한 것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현금 지급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진행형이다. 소득 감소 등 일정 요건에 부합할 경우 가구당 30만엔(약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지급대상 포함 여부를 판단하려면 월소득을 연소득으로 변환해야 하고 부양가족 수 등 다른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상 일반인이 스스로 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득 감소 증빙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거론된다.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 선언 이튿날인 이날까지 해당 지역에선 지방자치단체장의 휴업 요청 등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도쿄의 경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선 광범위한 업종을 휴업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축소를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는 관련 발표를 10일로 연기했다. 다른 6개 지역은 아예 민간시설에 대한 휴업을 요청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때문에 긴급사태 선언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편, 긴급사태 선언 후 도쿄에서는 이날 하루 동안 14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5일 143명을 넘어선 수치로 사실상 긴급사태 시행 첫 날 하루 최다 확진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도쿄의 누적 확진자 수는 1,339명으로 늘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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