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동물 시장은 앞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의 배양 접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또 다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야생동물 밀수 청정지대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7일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중간 숙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되는 천산갑이 혈액순환 등에 좋다는 잘못된 속설로 인해 국제적으로 밀수출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밀수의 청정지대는 아니므로 밀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또 야생동물 카페나 체험시설, 이동동물원 등의 관리를 강화할 입법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봤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경우 밀집 사육과 유전자 다양성 부족으로 가축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하기 쉽다며 친환경 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사처는 “인간이 동굴 속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야생동물의 불법 밀수 관리의 미비, 공장식 축산정책의 문제점, 기후변화 정책의 미비 등의 환경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내외 전문가들도 인수공통감염병과 야생동물 거래의 관계를 지적한 바 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이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엄청난 개발로 터전을 잃어버린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접점도 넓어졌다”며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의 시각으로 보면 인간이라는 숙주가 늘어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최근 20년 발생한 신종 질병의 70%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이라며 “사람과 가축, 야생동물 간의 접촉이 급증하면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형태로 변이할 확률 또한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체험동물원 등을 통해 야생동물과의 접촉과 무분별한 거래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생동물 금지하고 관련 업자 전업도 지원해야
해외 전문가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야생동물 거래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련 업자들의 전업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8일 ‘야생동물과 코로나19’라는 공식 보고서와 긴급 서한을 각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HSI는 이번 코로나19뿐 아니라 사스(SARS) 등 다수의 전염병이 야생동물 거래와 관련이 있다며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 담당 테레사 텔레키 HSI이사(동물학 박사)는 “코로나19의 확산은 야생동물 거래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고 관련 업자들의 전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마루마 므레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도 “미래의 팬데믹 막기 위해서는 웨트마켓(살아 있는 동물 거래하는 재래시장)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에볼라바이러스나 니파바이러스의 사례를 통해 자연의 파괴와 인간의 질병 간 관계가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 등 저소득 지역에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야생동물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불법 거래는 계속되고, 일부 야생동물의 경우 멸종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야생동물을 찾는 수요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더크 파이퍼 홍콩시립대 교수는 “중국만 손가락질하는 것은 쉽지만 그 책임은 중국에만 있지 않다”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야생동물을 애완동물로 갖고 싶어하고 그 동물들은 야생에서 잡아오고 있으므로 우리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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