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위기 속에 치러지면서 전례 없는 선거 풍경이 속출하고 있다. 마스크 차림의 후보자와 운동원, 멀리서 잘 보이는 피켓 등을 활용한 유세 풍경이 생경하다. 선거 이슈 자체가 코로나 사태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십수만 명 규모의 선거권이 제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끝난 재외국민투표는 투표율이 23.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이동 제한 조치 등이 내려진 55개국에서 아예 선거사무가 중단되는 바람에 17만여 재외 유권자 중 4만명 정도만 투표에 참여했다. 일부 재외국민은 선거 사무 중단에 항의하며 헌법소원까지 낼 정도로 반발하고 있다. 국내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투표도 문제다. 경증 확진자 중 유권자 900명 정도는 치료 중인 생활치료센터 등에 마련된 임시투표소에서 사전 투표가 가능하다니 다행이다.
총선 당일까지 7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가격리자는 숫자가 많은데다 분산돼 있어 투표 방법을 강구하기 쉽지 않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 감염 의심자는 격리 조치를 어길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처벌받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투표가 불가능하다. 국내 추가 확진자가 안정세이긴 하지만 유흥업소 등을 통한 집단감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시간이라도 이들의 일제 격리 해제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투표를 막는 손쉬운 선택이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일시적으로 이들의 이동 제한 조치를 풀어 다른 유권자들과 격리된 조건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일찌감치 자가격리자 투표 방식을 강구해 정부에 제안했다고 한다. 방역에 빈틈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투표 가능’ 쪽으로 결론 내주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