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울산 아파트서 화재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다 아파트 13층 자신의 집이 불길에 휩싸인 것을 본 고등학교 2학년 형은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 초등학교 3학년인 동생을 애타게 불렀다. 형은 화마가 이글거리는 집 안으로 뛰어들었으나 동생을 구하지 못했고, 불길을 피해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
8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6분쯤 울산 동구 전하동 한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형제인 A(9)군과 B(18)군이 숨지고 주민 8명이 연기를 마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형과 형의 친구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고 난 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식탁 위에 촛불을 켜두고 창문을 열어둔 채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 간 사이 촛불이 바람에 넘어져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형은 집에서 150m 떨어진 편의점에 갔다 오다 불이 난 것을 보고 안방에 자고 있던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집을 나선지 약 6분만이었다. 동생을 데리고 거실 베란다를 통해 대피하려 했으나 거센 불길을 피하지 못해 결국 동생은 연기에 질식했고, 자신은 베란다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식당을 운영하는 형제의 아버지와 경주에서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는 집을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로 가구 등이 타면서 아파트 전체가 매캐한 연기로 휩싸여 주민 8명이 부상을 입었다. 불이 나자 주민 100여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으며 11명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11명이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발화 30분 만인 이날 오전 4시 38분쯤 불을 진압하고 연기를 배출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화재가 난 아파트는 1997년 준공된 15층짜리 건물로 당시 규정상 16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13층인 형제의 집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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