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이 8,8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적발인원 기준으로 9만명을 훌쩍 넘겼다. 전업주부나 무직자를 비롯해 60대 고령층까지 ‘생계형 보험사기’에 가담한 결과란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작년보다 10.4% 늘어난 8,809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적발인원 역시 9만2,538명으로 지난해 대비 16.9% 증가했다. 금액과 인원 모두 역대 최고 수준, 하루 평균 24억원, 254명의 보험사기가 적발된 꼴이다.
적발 인원은 2015년 이후 정체 또는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크게 늘었다. 적발 인원은 2015~17년에는 매년 8만3,000여명이었으며, 2018년에는 7만9,000여명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보험사기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 ‘생계형 보험사기’를 꼽았다. 생계형 보험사기는 조직적으로 거액을 챙기는 건 아니지만, 일반 개인들이 상해ㆍ질병 또는 자동차 사고 등의 피해를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소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를 뜻한다. 실제 지난해 보험사기의 82%가 1인당 평균 적발금액(9,500만원) 미만이다.
보험사기를 저지른 이들을 직업별로 분석하면 주부, 무직자의 비중이 높았다. 가장 많은 직업은 회사원으로 18.4%를 기록했다. 그 뒤를 전업주부(10.8%), 무직ㆍ일용직(9.5%)이었다. 회사원을 제외하곤 특별한 소득이 없는 이들이 보험사기 비중 상위권을 차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보험설계사, 의료인 등 보험 관련 종사자 비중은 4.2%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 중년층의 적발비중이 46.7%로 가장 높았다. 다만 60대 이상이 2017년 14.3%에서 2019년 18.9%로 비중이 늘었다. 은퇴로 소득이 불안정한 고령층에서 생계형 보험사기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성이 67.2%를 차지해 여성(32.8%)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남성의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인원이 여자보다 4.2배 높은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종목별로는 손해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91.1%를 차지했고, 생명보험의 경우 8.9%를 기록했다. 특히 손해보험 중 상해ㆍ질병 보험상품을 활용한 보험사기가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불특정 다수의 보험소비자가 범죄라는 인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다”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보험사기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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