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1주일 뒤로 다가왔다. 그동안 선거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며 여론조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지만 오늘부터 결과 공표는 금지된다. 바이러스를 피하려고 온 국민들이 서로 거리를 두는 탓에 각종 미디어와의 사이는 오히려 좁아져, 뉴스도 덩달아 더욱 많이 접하게 된다. 선거가 어떻게 돼 가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겨냥한 여론조사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뉴스가 됐다. 전체 253개 지역구에 정당 비례대표 선거까지 치러지니 여론조사 대상도 풍년이다.

선거 여론조사는 어떤 것이든 결과가 나올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유리한 쪽은 대세편승효과(Bandwagon)를 노리며 계속 언급하고 불리한 쪽은 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때로는 소송도 불사한다. 여론조사가 가장 험한 꼴을 당할 때는 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이다. 선거 결과가 그동안 예측과 다르게 나오면 ‘이변’ ‘뒤집기’ 등의 기사에 뒤이어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온다. 좀 심할 때는 ‘불법’ ‘법적 단죄’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자주 틀리는 게 정상이다. 어떤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인 지역구의 승자를 예측하는 것이야 쉽지만 자고 나면 1등이 바뀌는 박빙 선거의 예상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여기에 복잡한 선거제도까지 더해지면 응답자의 현재 의견으로 미래 시점의 승자를 점찍기는 굉장한 모험일 수밖에 없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그랬다. 선거 바로 전날까지 거의 모든 기관이 클린턴의 당선을 예상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선 확률을 90% 이상, 이전 2012년 선거에서 50개 주의 승자를 정확히 맞혔던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 조차 75%로 발표했지만 승자는 트럼프였다. 세상의 변화와 함께 독특한 미국의 선거제도가 만들어낸 예측 불허의 결과였다.

이렇게 잘 틀리지만 우리는 여론조사를 꼭 필요로 한다. 후보와 정당은 당연하고, 유권자들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 즉 여론을 알고 싶어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민주주의가 건강한 여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목적은 선거 결과의 예측이 아니라 현재 시점 유권자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 생각해 보면 선거 자체도 여론조사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체 유권자가 참여하는 점은 다르지만 의견을 표로써 표현하는 것은 똑같다. 그래서인지 영어에서는 투표도 여론조사도 같은 말(poll)로 표기한다.

세상 무엇이나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에도 좋은 것, 못난 것, 나쁜 것이 있다. 좋은 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여론을 가능한 한 정확히 짚어내고자 한다. 못난 것은 과학적으로 조사는 했지만 무언가 실수를 저질러 부실한 것으로 끝난 경우다. 정보의 질이 떨어지고 별로 쓸모가 없어 자원은 낭비했지만 그 이상 심각한 해악은 없다. 문제는 나쁜 조사다. 나쁜 것은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여론조사 흉내를 내며 과학적인 척한다. 나쁜 조사의 수법은 다양하다. 응답자들의 답변을 은근히 유도하는 질문을 제시하고 문항 순서나 단어 선택을 교묘하게 조정해 결과를 의도한 대로 이끌기도 한다. 결과의 해석 또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크게 부풀려서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댄다. 모두 여론 조작이다. 그래서 나쁜 조사는 법적 단죄의 대상으로 선관위와 사법기관에서 중하게 다루고 있다.

좋은 조사만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아 못난 것도, 나쁜 것도 나온다. 그러나 나쁜 조사, 못난 것 때문에 여론조사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면 좋은 조사까지 희생시켜 민주주의의 한 기둥을 흔들게 된다. 우리를 속이고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려 여론을 조작하려는 것은 나쁜 조사를 시도하는 나쁜 자들이다. 투표일까지 남은 기간 나쁜 조사에 속지 말고 나쁜 자들은 반드시 벌 받게 하자.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