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규모 인명피해를 올해 1월 말부터 경고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치부할 당시에도 내부에선 위기감일 적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날 보도된 나바로 국장의 1월 29일자 보고서에는 자국민 5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포함됐다. 그는 “코로나19가 미국 땅에 전면적으로 발병하는 상황에선 치료제와 백신이 미흡한 미국은 무방비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팬데믹(대유형)의 가능성이 대략 1%보다 높은 상황이면 게임이론 분석에 따라 즉각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2월 23일자 보고서에는 더 심각한 내용이 담겼다. 미국인 최대 1억명이 감염되고 12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약 한 달 사이 팬데믹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마스크를 비롯한 개인 보호장비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예측도 더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 1~2개월 전부터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심각성이 높게 분석됐던 것이다.
두 번째 보고서엔 백악관과 국회를 향한 일침도 담겼다. 코로나19 대응 첫 예산 편성을 두고 양측이 힘겨루기하던 때다. 나바로 국장은 “지금은 의회에서 돈 한푼 아끼려고 굴거나 현실적인 타협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다만 두 번째 보고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NYT는 “나바로의 보고서들은 행정부 고위층 일각에서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그는 사태 초반 민주당이 재선 가능성을 낮추려고 코로나19 문제를 이용한다고 말하는 등 그 위험성을 낮게 평가해 우려를 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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