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을 맞은 가수 신승훈이 선배로서 특별한 시선을 이야기했다.
신승훈은 8일 오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즈(My Personas)'를 발표한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신승훈이 정규앨범을 능가하는 웰메이드 신곡들로 현재진행형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줄 전망이다. 지난 30년을 분신 같은 음악에 담아낸 신승훈은 온라인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 시간들을 다시 되돌아봤다.
'발라드 황제'이자 '국민 가수'로 불리는 신승훈은 "자랑스러운 칭호지만 '발라드 황제'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음악을 하진 않겠다. 사실 '국민 가수'는 예전에 반납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저를 잘 모르지 않나. 이제는 전 국민적인 사랑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제 노래를 알아주는 분들과 나눌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더 좋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30년 간 LP가 테이프, CD, MP3, 음원 스트리밍으로 바뀌는 과정을 직접 겪은 신승훈은 "나는 가요계를 이끈 게 아니라 묻어온 것"이라면서도 "LP가 없어지는 건 아쉬웠지만 CD의 사운드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점점 시스템이 정교하게 발전됐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감성은 없어졌지만 디지털이 더욱 충실해졌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LP 플레이어가 나오듯 뉴트로 감성이 디지털과 합쳐지는 경우도 많이 포착된다. 나도 이번 앨범을 LP 한정반으로도 준비했다. 재밌는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음반 시장에서 음악 산업이 됐다는 게 신승훈이 꼽은 지난 30년의 최대 변화다. 신승훈은 "요즘의 노래는 바쁜 일상 속 BGM 같은 존재가 됐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보다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다. 대신 요즘의 음악은 전문성이 더해져 수준 자체가 확실히 높아졌다. 나부터도 예전에는 뉴잭스윙이나 알앤비 장르에 도전했는데, 지금은 발라드 안에서도 여러 장르를 찾았다. 음악이 체계적으로 산업화된 덕분에 투명성도 강조되고,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를 휩쓸 만큼 K-POP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어린 리스너들이 신승훈의 음악을 잘 모르는 것도 아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신승훈은 "내 노래를 아예 다른 리그에 강요할 수는 없다. 젊은 친구들이 부모님에게 내 신곡 발매 소식을 전해주는 식으로 '딜리버리'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젊은 친구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승훈이 눈여겨본 후배는 지코다. 아예 다른 장르를 하는 후배지만 '아무노래'를 듣고 사운드적인 기법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신승훈은 "이제 전주만 들으면 가요와 팝송을 구분하기 어렵다. '아무노래'처럼 훌륭한 히트곡이 더 많이 나오고, 대중 분들이 그 노래를 남들과 공유하면서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앨범에는 전주만 30초가 넘는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가 더블 타이틀곡이 될 만큼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만들었지만, 신승훈은 트렌드를 읽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온라인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신승훈의 사무실에서도 여러 종류의 스피커가 눈길을 모았다. 신승훈은 이번 온라인 라운드 인터뷰에 대해서 "지난 30년 간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나도 크리에이터라 새로움을 받아들였을 때 신선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런 열린 마음가짐이 신승훈의 현재진행형 음악을 더욱 뜻깊게 한다.
한편, 신승훈은 이날 오후 6시 '마이 페르소나즈'를 발표하며, 오는 6월부터 전국 투어 '2020 THE 신승훈 SHOW :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진행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