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안 보인다… 내 한표가 아까운 ‘3류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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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안 보인다… 내 한표가 아까운 ‘3류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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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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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당 “조국이냐 경제냐”민주당은 “통합당은 친일” 공세 

 양당 회의선 ‘민생’ 단 1번씩만 언급… 유권자 환멸만 불러 

21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관계자들이 선거벽보를 부착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1대 총선이 낡은 이념 프레임에 잠식당했다.

총선은 4년간 국민을 대표해 국가 운영에 참여할 헌법기관 300명을 뽑는 선거다. 그러나 ‘미래 국가 비전’을 치열하게 논의하는 후보도, 정당도 없다. ‘조국이냐 윤석열이냐’ ‘친일이냐 반일이냐’ 같은 소모적 프레임이 유권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각자의 열성 지지층을 자극해 똘똘 뭉치게 하는 데만 힘을 쏟는다. 선거를 지켜보는 중도ㆍ무당층의 환멸이 깊어져 투표를 포기하면, 21대 국회 구성이 다양성ㆍ역동성과 더욱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거대 양당이 연출하는 ‘동물 국회’ ‘식물 국회’를 4년간 더 지켜봐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7일 오전 민주당과 통합당은 총선 일일 전략을 점검하는 회의를 나란히 열었다.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주재한 민주당 현안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민생’은 1번, ‘정책’은 2번 언급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이 주재한 통합당 선거전략대책회의에서도 ‘민생’은 1번, ‘정책’은 7번 거론됐다. ‘정책 선거 실종’ 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선거의 단골 이슈인 경제 살리기, 사회ㆍ정치 개혁 등이 이번 총선에선 후순위로 밀렸다.

민생과 정책을 뒷전으로 돌린 양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선거판에 소환했다. 통합당은 “조국을 살릴 것이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것이냐”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공정 이슈에 민감한 중도층의 ‘반(反) 조국’ 정서, 즉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전략이다. 민주당 계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윤석열 때리기에 열을 올린다. 열성 지지층의 결집을 촉구하는 ‘북소리’ 격이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호 수사 대상은 윤석열”이라고 지목했고, 열린민주당 후보들은 7일 윤 총장 부인과 장모를 검찰에 고발했다.

난데 없는 친일 프레임도 등장했다. 민주당이 작성한 ‘21대 총선 전략홍보 유세 매뉴얼’은 “‘일본 아베 정부에는 한없이 굴종적이고 우리 정부는 비난하기에만 급급한 통합당을 심판해 달라’고 선거현장에서 공세를 펴라”는 취지로 안내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외교도 이용하겠다는 것이 집권여당의 속내인 셈이다.

건설적 프레임이 실종된 자리를 채우는 건 막말과 비하 발언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7일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황교안 애마를 탔다” 는 발언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 5일 “총선에서 반드시 조국의 종자들을 막아내야 한다”는 원색적 공세를 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와 관련해서도 여야는 경쟁적 ‘돈 풀기’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 할 뿐,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어디서 활력을 찾을 것인지, 코로나 사태 이후 신 성장동력은 무엇인지 등 미래 비전을 말해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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