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사과에도 불매운동 확산]
앱 삭제하고 ‘전화로 주문” 독려… 일부 업체 “전화 주문 땐 할인”
이재명 지사도 ‘보이콧’동참 시사… 배민 측 “수수료 철회는 불가”
5일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라 바깥 활동 대신 집에 머물며 음식을 배달해먹는 '집밥족'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직장인 조모(37)씨는 최근 휴대폰에 저장된 '배달의민족' 응용 소프트웨어(앱)을 삭제했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들에 높은 수수료의 새 요금 체계를 적용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조씨는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하면 건당 수수료가 발생해 자영업자들이 수수료를 내야 하니, 앞으로는 전화를 직접 걸어서 주문할 작정이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한 업체는 '전화 주문해달라'라며 대놓고 주문페이지에 메시지를 올려 놓았다. 새로 선보인 높은 수수료로 부담스러운 배달의민족 앱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재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는 (선결제시) 10%에 육박하는 엄청난 광고체계"라며 "제발 전화주문 이용을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높은 수수료의 신규 요금체계 발표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배달의민족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네티즌들과 소상공인들의 잇따른 가입 탈퇴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액제를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꼼수 인상'이란 비난 속에서도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철회는 거부하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국내 배달앱 업체 1위인 배달의민족 이용자들이 탈퇴하거나 앱을 삭제하는 등 배달의민족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신 '전화주문'을 독려하면서 소상공인을 돕자는 '착한 소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을 비판하고 소비자에게 전화주문을 요구하거나, 배달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자영업자까지 등장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탈 배민화' 바람이 불고 있는 양상이다.

우아한형제들 매출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앞서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부터 입점업주들에 광고비 조로 받던 정액제(울트라콜, 8만8,000원)요금에서 주문 건당 5.8%의 수수료를 붙이는 정률제(오픈서비스)로 바꿨다. 그러자 소상인들은 '수수료 꼼수 인상'이라며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월 매출 3,000만원의 업체가 메인 화면에 노출되기 위해 기존의 울트라콜 10건을 이용할 경우 88만원을 내야 했지만 정률제인 오픈서비스에선 17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매장 손님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배달앱에 50% 이상 의존하는 업체 입장에선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수수료 인상한 시기도 불만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이 난 마당에 배달앱 이용률이 40% 이상 급증하자,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면서 ‘괘씸죄’가 추가된 모습이다. 한 분식점 사장은 "배달의민족이 지금 이 시국에 배달앱 이용자가 급증하니까 코 앞에 보이는 이득을 취하려는 것 같다"며 "차라리 새로운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상공인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외식업주들의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파장은 여전하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단순 플랫폼 독점으로 통행세 받는 기업이 인프라 투자자이자 기술문화자산 소유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라며 "배달앱이 아닌 전화로 주문하고, 점포는 전화주문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운동이 시작됐다"고 사실상 배달앱 '보이콧'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박태희 우아한형제들 상무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오픈서비스에 대해 "수수료 방식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배달의민족 행보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의민족은 처음 시장에 진입했을 때 '요기요' 등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소상공인 편에 선 것처럼 보였다"며 "결국 무리한 수수료 인상이 독이 된 셈이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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