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 없지만 선대위원장 역할… 수도권ㆍ호남 18곳 지원 강행군

임종석(54)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ㆍ15 총선 공식선거운동 초반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임 전 실장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요청까지 고사했다. 하지만 정작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민주당을 견인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이해찬 대표와 서울 종로 선거에 묶인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대신해 수도권의 주요 격전지와 호남에서 지원 유세에 나섰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후보가 출마한 서울 광진을을 시작으로 3일 윤영찬(경기 성남중원), 4일 이탄희(경기 용인정), 5일 이수진(서울 동작을) 후보 지원에 나섰다. 청와대 출신과 사법농단 폭로 등으로 민주당에 상징적인 후보를 주로 찾았다. 6, 7일에는 각각 광주와 전남 목포 등을 찾아 지원 유세를 했다. 6일간 수도권을 시작으로 호남선을 따라 18개 지역을 훑은 일정은 당 지도부보다 더한 강행군이다.
임 전 실장은 가는 지역마다 상대를 향한 날카로운 메시지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광진을에서는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를 “지나가다 잠시 묵는 과객 정치인”으로 규정했고, 동작을에서는 나경원 통합당 후보를 겨냥해 “싸움꾼 후보를 몰아내자”고 자극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이 586 학생운동권 출신 특유의 전략적 ‘감’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고향(전남 장흥)인 호남에서도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호남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민생당이 ‘문재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자, 이를 겨냥해 “이쪽 말로 참 거시기 하다”고 했다. 이 한 마디로 사실상 호남 표심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임 전 실장은 8, 9일에는 각각 충청과 강원 지역 지원으로 보폭을 넓힌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은 공직선거법상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을 수 없다. 검은 수트를 입은 임 전 실장을 기다리는 민주당 후보들이 늘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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