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6일 러시아의 한 백인우월주의 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사진은 이날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백인우월주의 준군사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인종차별을 이유로 미국의 특별국제테러리스트(SDGT)에 오른 건 처음이다. 이례적인 강경 조치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킬레스건인 ‘러시아와 인종주의’를 묶어 단호함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제국주의운동(RIM)’과 지도부 3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네이선 세일즈 국무부 대테러 조정관은 “해외 백인우월주의 분자를 SDGT에 지정한 첫 사례로 해당 단체는 유럽 전역에서 신나치주의자 등을 훈련하는 일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RIM은 2016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난민센터 등에 폭탄테러를 한 스웨덴인 2명을 훈련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당시 현지 친러 세력을 지원한 의혹도 있다. 단, 러시아 정부와의 연계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SDGT 명단에 등재되면 미국 내 자산 동결, 미 금융시스템 접근 차단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이번 조치는 외견상 테러리스트 범주를 확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 이슬람 극단주의 등 고전적 의미의 테러뿐 아니라 인종차별 행위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세계 최악의 범죄조직인 멕시코 마약 카르텔도 테러단체로 지정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미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활동한 백인 국수주의 증오단체는 트럼프가 취임한 2017년과 비교해 55%나 급증했다. 지난해 8월 미 텍사스주(州)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범인이 뉴질랜드 모스크 총격 범죄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인종주의 테러 공동체의 ‘초국가화’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그간 러시아에 우호적이고 백인 우월주의 폭력의 위험성을 격하해 온 트럼프 성향에 비춰볼 때 의심은 남는다. 단적으로 그는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에 대해 “양측 모두 잘못이 있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미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알리나 폴리아코바 소장은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러시아에 너무 무르다’거나 ‘백인 우월주의 문제에 소홀하다’는 식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라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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