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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는 BC(before coronaㆍ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ㆍ코로나 후)로 나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번져가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벌써 ’포스트 코로나’를 강조하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 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만큼은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큰 파동이 인 후에 시장이 새로 재편되는 것처럼 다른 어떤 분야보다 금융권의 판도가 뒤바뀌게 것이란 위기감과 기대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주문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수장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업계의 질서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잇따라 강조하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1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비대면 거래 확대, 빅데이터ㆍ인공지능(AI) 접목 등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금융혁신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신한ㆍ조흥은행 통합 14주년을 맞아 진행된 사내방송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고객 서비스, 채널운용, 리스크 관리 등 금융업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주문의 핵심은 ‘비대면’과 ‘혁신’이다. 비대면과 디지털 영업이 코로나 종식 이후 더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2일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면서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 수장들의 ‘포스트 코로나’ 관련 말말말. 강준구 기자
 ◇은행권 자동화ㆍ디지털경쟁력 강화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회사들도 많다. 인터넷ㆍ모바일 뱅킹을 통한 비대면거래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은행권의 경우, 고객과의 대면 접점을 줄이는 단계를 넘어 업무처리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그간 고객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더라도 이후 과정은 직원이 직접 처리해야 했지만, 지난달 31일부터는 신청부터 심사, 실행 등 전 여신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금융은 코로나19 사태 극복 이후 성장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그룹 비상경영대책위원회 산하에 차ㆍ과장급으로 구성된 ‘블루팀’을 신설했다. 이들은 디지털 개인자산관리 등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핀테크 업체 등 외부협업을 통한 혁신금융서비스 과제를 발굴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후 고객중심의 금융혁신 방안을 계속 추진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손태승 회장의 당부”라고 설명했다.

 ◇대면 비중 높은 보험업계 고민 

업종의 특성상 대면 영업 비중이 높은 보험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화생명은 올해 초 보험금 지급여부를 AI가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심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DB손해보험은 연내 ‘AI 로보텔러’를 통해 암보험과 운전자 보험을 24시간 상담 및 계약 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비대면 영업활동 강화 위해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을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도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사 초회보험료 중 대면채널을 통한 가입 비중은 98.1%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특성상 신규 가입부문 보다는 상담과 보험금 지급 등 업무 중심으로 비대면 방식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응이 향후 금융회사 성장과 차별화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시대에는 금융사의 판매채널, 상품, 운용 등 전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될 것”이라며 "트렌드 변화 대응 방향이 개별 금융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큰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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